스페인은 대항해시대에 세계를 주름잡았던 나라이다. 이슬람의 지배에 저항하는 긴 시기를 거쳐 마침내 그들을 몰아냈지만 건축이며 생활에 이슬람의 문화가 많이 스며들어 있어서 카톨릭과 이슬람의 혼합을 볼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역사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책은 7장으로 되어있다. 1장 선사시대에서 서고트족의 침입까지, 2장 이슬람교도의 지배, 3장 합스부르크 왕조, 4장 부르봉 왕조, 5장 20세기 초의 스페인, 6장 프랑코와 스페인, 7장 현대의 스페인이다.
4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이베리아 반도 남동쪽으로 이주한 이주민들로 부터 시작된 스페인의 역사는 로마제국과 이슬람의 지배를 받는다. 8세기 이슬람의 지배를 받으며 당시 서유럽보다 발달된 문화와 기술을 가진 이슬람의 영향으로 산업이 발달한다. 그러나, 이슬람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랫동안 국토회복운동(레콩키스타)을 진행한다. 1492년 마침내 국토회복운동이 종료되고 절대주의 시대로 들어선다. 카를로스 1세로 시작된 합스부르크가는 제국으로 승승장구하다가 16세기에 영국 해군에 패하면서 몰락한다. 왕정시대는 1931년 공화국을 세우며 무너진다. 그러나 불안정한 정치상황은 정부군과 반란군의 스페인 내전으로 발전한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프랑코는 지식인을 탄압하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관광산업을 국가주력산업으로 삼았고, 영화와 축구에 집중하는 우민화정책을 펼치며 민주화와는 멀어졌다. 프랑코 사후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며 현재에 이른다.
스페인 내전(1936-1939)은 잘 알려진 대로 스페인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민주세력과 파시즘 세력의 국제전이었다. 공화국 정부를 지원하는 50여개국에서 온 젊은이들은 '국제여단'으로 전쟁에 참여했고, 파시즘 프랑코는 독일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았다. 공화국 정부군을 지원하는 국제여단에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이 의용군으로 참여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카탈루냐 찬가>를 저술했다. 프랑코의 지원요청으로 독일 공군이 게르니카를 불바다로 만든 비극을 피카소는 <게르니카>으로 그려냈다. 국제여단은 제대로된 훈련도 받지 못한 젊은이들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지원받은 최신 무기를 장착한 정규군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막대한 사상자를 남겼고, 살아 돌아간 사람들도 자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의외의 사실을 아는 즐거움이 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발견한 사람이 고고학자들이 아닌 스페인 북부 영주의 어린 딸이다. 동굴 천장에 그려진 들소를 발견했는데, 이 동굴벽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술로 평가받는다. 또한 1492년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를 몰아낸 레콘키스타가 완료된 해이기도 하다. 레콘키스타가 8세기부터 15세기 말까지 800년간 지속된 오래된 저항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베리아 반도가 펠리페2세에 의해 88년간(1580-1668) 통일국가로 당시 세계 최대의 무역함대를 소유한 해양강국을 자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불운한 삶을 살다가 1616년에 죽었는데, 같은 해에 셰익스피어도 세상을 떠났다. 두 대가가 같은 시대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흩어져 있는 상식이 연결되도록 저술하여서 좀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참고서처럼 충실한 책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시간 순으로 배치하였고, 100개의 주제는 두 장 정도의 설명으로 간결하다. 그 두 장에 지리적 이해를 돕기위해 지도를 넣고, 중요한 인물이나 그림, 건축과 같은 꼭 필요한 시각 자료를 포함한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최선을 다한 저자의 노고를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역사가 궁금한 일반인이라면 이 책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한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