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 3000년을 이어온 설득의 완벽한 도구들
제이 하인리히 지음, 조용빈 옮김 / 토네이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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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Rhetoric)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발전하기 시작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은 수사학을 리더십의 필수요소로 생각했고 너무나 중요해서 고등교육의 핵심과목으로 삼을 정도였다(7)." 수사학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저자 제이 하인리히는 대화와 설득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다. 이 책은 아마존 스피치 분야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되었다.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수사학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철학자, 연설가, 정치가, 작가들의 설득법과 지혜를 들어 설명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은 설득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를 이용해 상대를 설득하라고 한다. 로고스는 논리를, 에토스는 인격을, 파토스는 감정을 의미한다. 상대가 믿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고, 상대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에서 설득은 출발한다. 로고스는 일대일 대화에 유리하고, 파토스는 집단을 상대로 할 때 유용하다.

설득은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는 내 이익에 맞게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과속으로 걸렸을 때 경찰을 상대로 어떻게 행동할까? 겨우 얼마나 어겼다고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거냐고 불평을 쏟아내기 전에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목표는 속도위반딱지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경찰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좀더 세심하게 살폈어야하는데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속도계를 잘 체크할 수 있을까요?' 라고 전문가인 경찰의 조언을 구하면 설명과 더불어 훈방조치로 끝날 수 있다. 일대일의 상황이므로 감정을 조절하고 논리적으로 상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은 경우이다.

또 다른 경우는 실수했을 때이다. 사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제시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애플맵을 출시했으나 제대로 목적지까지 안내하지 못하자 팀 쿡은 사과했다. 그저 죄송하다고. CEO라면, 사과와 더불어 더 높은 기준을 선보이고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했다고 평가한다. 조만간 최고의 네비게이션을 여러분의 아이폰에게 배달시켜 줄 것이고, 엔지니어들이 결함을 발견해서 수정하면 기존 것보다 완벽한 지도가 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애플맵의 결함을 풍자하는 밈 대신 기다려주었을 것이다. 좀더 사용자를 생각하고 신뢰를 주고 감정을 건드려주었어야했다.

저자는 말의 미묘한 느낌을 잘 설명한다. 능동형이 공격적이라면 수동형은 방어적일 뿐만 아니라 책임자를 묻지 않는다. 내가 잘못했을 때 능동형으로 말하면 진정성이 있고, 다른 사람의 실수는 수동형으로 말하면 부드럽다. 접속사 사용 시, 대화를 바꿀 때 '하지만'은 공격적인 느낌이고, '그런데'는 방어적인 느낌이다. 설득을 하려면 상대의 비난에 먼저 공감하고 '그런데'로 시작해서 내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바꾸면 상대가 본심을 터놓을 수 있다.

쉽고 잘 이해되는 책이라 저자의 에세이 쓰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첫째, 처음부터 주제를 제시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다면 몇 줄 읽다가 말것이다. 둘째, 반전을 설계하라. 다른 글과 차별을 두려면 재미있어야하고 반전은 바이럴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셋째, 자연스레 깨닫게 하라. 요점을 중언부언하지도 강조하지도 마라.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경험, 사례, 내 이야기를 풍부하게 곁들여라. 넷째, 결점을 보여줘라. 독자의 공감과 희망과 위로를 주는 장치이다. 저자의 글이 바로 이렇다.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읽으면서 설득의 상황에서 독자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서 무엇을 잃고 얻었는지 돌이켜보게 될 것이고, 저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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