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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평점 :
전작 <시대예보: 핵개인 시대>(2023)에서 저자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 개인은 쪼개지고 핵개인화된다고 예보했다. 그 후 자립한 핵개인들이 "대등한 연대를 통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가 도래(9)"한다고 예보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은 시뮬레이션 과잉, 상호경쟁의 인플레이션, 호오에서자립을 찾다, 선택의 연대, 호명사회의 도래이다. 현재의 트랜드를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 장에 호명사회를 이야기하는 미괄식 구조다.
현재 우리는 누구나 선호하는 직군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경쟁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원자들은 시뮬레이션을 돌려 만반의 준비를 한다. 시뮬레이션이란 앞으로 해야할 일을 미리 실험하고 그 결과 대로 시행하는 것인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시뮬레이션 과잉으로 지쳐버리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적절한 양의 준비 후에 뛰어들어야하는데 그게 잘 조절되지 않는다.
미래에는 상호경쟁의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난다. 선발당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능력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다양성과 개성, 자기의 삶을 사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조직은 극단적으로 작아지고, 조직의 간판과 직함대신 이름으로 부르는 호명사회가 온다. 유동화와 조직의 분화로 극소화하는 시대에 전문화로 무장한 핵개인들은 다른 핵개인과 협업하는데 조직의 이름이 아닌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생성형 AI와 업무 자동화로 이제는 1인 기업이 가능해졌다. 자신이 곧 조직이고 조직이 곧 자신이다. 조직에 가려진 개인의 이름을 되찾는 시대이다. 호명사회는 이미 진행 중이지만 개인에 따라 이를 깨닫고 준비하는 차이가 존재한다.
시대가 변해도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화된 능력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 화가, 배우, 음악가와 같은 예술가들은 항상 그래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한다. 자신의 역량을 고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름으로 불려졌다.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시대에서도 꾸준히 자기이름을 걸고 살아온 사람이다. 미래에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된다니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이 예상된다.
이 책은 현재 트랜드가 어떠한지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표면상의 트랜드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아래에 작용하는 기저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캐고 있다. 다양한 책과 인터넷에 공유되는 최신의 정보, 저자가 듣거나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그냥 스쳐지나갈 사실들도 '왜 그럴까?'를 고민하며 써내려간 글이라 저자의 수고가 느껴진다.
그런데 술술 읽히지 않는다.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글이 아닌데 많은 정보를 응축해서 넣어서인지 글의 흐름이 끊어진다. 그렇게 많은 사례가 필요했을지도 의문이다. 작가가 전하려는 말이 흐려진다. 또한 각 소제목 아래 긴 도입부를 지나 본격적인 주제로 넘어가는데, 도입부가 좀더 짧았다면 전하려는 말이 더 분명해졌겠다.
시대의 트랜드를 읽고 변화될 사회가 궁금하다면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