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양 필독서 87 - 철학부터 정치, 문화, 예술, 과학까지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 필독서 87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3
나가이 다카히사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하는 고전 87권을 소개한다.

책은 6개의 챕터로 나누어 철학,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예술, 문학, 과학, 수학, 공학 분야의 필독서를 소개한다. 시대적으로는 기원전 600년 경 싯다르타의 <법구경>부터 2021년 리카이푸, 천치우판의 <AI 2041>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하다.

어느 한 곳을 펴서 읽어도 한 권의 고전이 다른 고전과 연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게 되는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1941-)의 <이기적 유전자>(1976년)는 35세의 진화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도킨스의 첫 저서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의 몸을 빌려 복제를 반복하며 수억년이나 되는 시간을 생존해왔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그저 이기적 유전자의 '생존기계'일 뿐이다. 그러나 왜 일벌들은 적의 공격을 받으면 자신을 희생해 유충들을 돌보는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것일까? 실상은 이조차도 유전자를 지키려는 유전자의 이기적 행동때문이다. 문화에 있어서도 자기복제는 계속 일어나는데(도자기 만드는 법이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 유전자 복제처럼 밈 복제도 변이가 일어나고 진화한다. 그러나 인간은 수억년 진화해온 유전자를 값싸게 편집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제니퍼 다우드나와 새뮤얼 스턴버그의 <크리스퍼가 온다>(2016년)는 유전자 편집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다우드나는 2012년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자재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방법(크리스퍼 캐스 나인(CRISPR-Cas9))을 알게 되었고, 이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다. 인간은 이제 신처럼 유전자의 염기서열 하나만 바꾸면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미래와 함께 유전자조작으로 나쁜 병원균을 퍼뜨리거나 부유층과 빈곤층의 갭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인류에게 요구되는 것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겸손함이다. '부지의 자각'을 설파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으로 되돌아가야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의 사형에 임해 그의 철학방법에 관한 책이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은 결국 아는 것 같았지만 모른다는 사실에 도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모르는 것을 안다는 '무지의 지'가 아니라 '부지의 자각'이라고 바로 잡는다. '무지의 지'는 지 안에 무지와 유지가 있어서, 무지는 지의 일부분이다. 이렇게 이중의 지가 아니라 그저 알지못함(부지) 자체를 자각하는 '부지의 자각'이 더 옳은 말이다. 부지의 자각의 예로 영화 제작사인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 미팅을 든다. 새로 만든 장면에 대해 감독은 여러사람으로부터 가감없는 의견을 듣는다. 감독은 비판없이 의견을 겸손히 받아들인다. 감독이 작품을 만들어냈으므로 우위에 있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나 AI를 발전시킬 정도로 신과 가까워지는 인간이 취해야할 덕목은 겸손하게 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듯 과학에 흥미가 있어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 <크리스퍼가 온다>가 궁금해지고, 결국 신이 되고자 하는 인류가 갖추어야할 것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말한 겸손하게 지를 추구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각 고전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 포함되어 있어서 책 소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전 리스트를 갖게 되어 든든하다. 다양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자 한다면 꼭 일독하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