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된 너에게 (에세이 버전, 양장) - 여성학자 박혜란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오십이 된 너에게
박혜란 지음 / 토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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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떻든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인가 보았다."7

뜨거운 여름 이 책의 파란색과 초록이 어울린 표지는 그림이 아주 시원하다. 수줍게 웃고 계신 저자의 웃음도 편안해보인다.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 여성학을 공부하며 워킹맘이 되었다는 저자 박혜란(1946-)님은 알고 보니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들 삼형제가 오십 줄에 들어서면서 그 또래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어 쓴 책이다.

책은 4부로 나누어 경험에서 깨달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 엄마, 결혼, 나이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인듯 수필인듯 소곤소곤 건네는 이야기는 미사여구 없이 요점만 이야기한다. 150여쪽의 얇은 책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오래 읽게 된다.

"인생에는 공짜도 없고 헛수고도 없다"는 파트 1의 제목을 한참 들여다 본다. 노력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얻은 것 같은 결과에 기뻐하지만, 뭔가 열심히 했기에 도달했을 것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로 끝나버린 결과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인생은 점의 연결이다. 전혀 관련없고 소용없어 보이는 일들을 하고 다닌 것 같지만 나이 들어 뒤돌아보면 다 연결되어있다는 깨달음과 같다. 참 잘 지은 제목이고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묘한 기분이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감상적이기도 하고, 논리적이기도 하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간혹 '엄마'라고 부르기만 해도 울먹여지는 이름이 엄마이다. 그립지만 어쩌지 못하는 나이듦이 야속해서 감상적이 된다. 반면에 엄마노릇에 대해서는 매우 논리적이다. 내 아이에 맞는 엄마는 나라는 자신감을 갖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아이들은 각자 미래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내맘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클 수 있도록 지켜봐주어야한다. 아이가 공부하지 않고 노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된다는 어떤 엄마의 질문에 "그 모습을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는 현재를 즐기는데 엄마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현재 아이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하면 되고, 너의 존재만으로 행복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세상 쿨하다.

긍정적이고 독립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에세이다.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엄마'와 '아내'의 위치가 새롭다. 아이는 내게온 손님이고, 남편은 여행친구로 생각하면 크게 기대할 일도 싸울 일도 없다.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살아야 깊은 갈등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게다.

삶의 지혜가 담긴 수필이다. 감정에 호소하고, 이성을 자극하고, 의문을 품게하고, 폭소하게 하는 책이다. 후루룩 읽을 수 없고, 읽고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이 저절로 이어지는 책이다.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간단히 단언하는 문체가 강렬하다. 경험과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 위로가 되는 강한 힘을 가졌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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