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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평점 :
제 5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작이다. 미라이야상은 일본 서점 직원들이 그해 가장 팔고 싶은 책 한 권을 선정하는데, 이 작품은 2021년 수상작이다.
중1이 된 기세는 사촌형인 소이치가 학교폭력 피해자임을 알게된다. 형은 같은 학년의 탐정견습생인 기타미에게 해결을 부탁하고, 마침내 형을 괴롭히던 축구부 아이다는 학교를 떠나게된다. 세월이 흘러 법대생이 된 기세는 어린시절 과외 선생이었던 마카베를 우연히 만난다. 의대생이었던 그는 의아하게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결혼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탐정의뢰를 미루는 마카베를 대신해서 기세는 탐정이 된 기타미 선배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믿어준다면 사건의 진상은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사회 약자인 척하면서 강자로 군림하는 사람의 본 모습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까?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섬세하고 치밀한 조사와 추적을 통해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가 입을 다물수 없게 한다.
변호사가 될 만큼 총명하지만 법 테두리안에서는 진실을 파헤치기에는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기타미는 탐정으로서 약간의 편법도 불사하며 사실을 향해 다가간다. 법조계 집안에서 검사가 될 기세는 그녀의 이러한 행동을 지적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일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의 <미저리>가 연상된다.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는 여자의 집요한 학대에서 헤어나려고 애쓴 작가의 이야기처럼,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닌 집착과 소유욕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짓밟아버릴 수 있는지 서늘하다. 과연 달아날 수 있을까?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이를 밝혀야할지 고민하는 결말은 처음이다. 그만큼 상대가 강력하다. 열린 결말이어서 가슴두근거린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좀 긴 편이다. 소소한 대화 과정이 모두 묘사되어 있어서 긴박한 속도감을 떨어 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면서 범인을 유추할 수 있다. 후반부에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좁아지는 범인의 윤곽이 그려지는 엄청난 반전이 놀라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