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모티머 J. 애들러.찰스 밴 도렌 지음, 독고 앤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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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기는 하되 잘 읽지 못한다면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186)."

이 책의 원제는 'How to read a book', 책 읽는 법이다. 기교 하나없는 제목이지만, 굉장히 기본적인 것을 다루는 바이블같은 느낌이다. 책은 4부로 되어있다. 독서의 단계를 구분하고, 분석하며 읽기, 분야별로 다르게 읽는 법,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을 설명한다. 부록으로 평생 읽을 가치가 있는 추천도서 목록을 제시하는데, 서양 고전으로 과학, 철학, 문학, 예술의 각 분야를 포함한다.

책 읽는 기술을 네 개의 수준인 기초적 읽기, 살펴보기, 분석하며 읽기, 통합적으로 읽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각각 유치원, 초등, 고등, 대학에서 교육한다. 재미로 읽는 책이나 단순한 정보를 전하는 책은 이러한 읽기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저자의 생각이나 전달하려는 정보의 수준이 독자보다 높아서 독자가 저자의 수준에 다다르고자 할 때 필요한 기술이다.

'기초적 읽기'는 문법과 어휘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다. '살펴보기'는 정해진 시간에 읽고 무엇에 관해 썼는지를 알 수 있다. '분석하며 읽기'는 시간 제한 없이 읽으며 완벽히 이해해서 자기의 것이 되도록 한다. '통합적 읽기'는 연구 주제를 정하고 여러 책에서 관련 주제를 서로 연관짓는 것으로, 논문을 쓰거나 리포트를 쓸 때 필요한 기술로 보인다.

이 책은 분석하며 읽기에 상당한 양을 할애하고 있는데, 핵심은 책을 읽으며 4개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책인지, 무엇을 어떻게 자세히 이야기하는지, 맞는 이야기인지, 그래서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답할 수 있으면 된다. 여기서 '맞는 이야기인지'는 무조건 받아 들이기 보다 비평적으로 읽는 것인데, 과거 철학자나 과학자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현대에 이르러 옳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곤 한다. 이렇게 저자가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오류를 독자가 읽으며 비평할 줄 알아야한다. 예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정부유형을 분석한 내용이 불완전하고,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에서 평행선의 관계에 대해 충분한 가정을 세우지 못했으며, 듀이의 <사고의 방법>도 사고를 분석하는데 독서나 학습을 하면서 하는 사고는 다루지 않아서 불완전하다고 비판한다. 저자의 독서의 깊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을 읽을 때와 선택할 때에 조언이 매우 인상적이다. 책을 읽을 때에는 사전이나 주석을 참고하는 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되도록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문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전이나 주석을 찾아 보면서 읽으면, 그 책의 통일성과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므로, 전문용어나 처음보는 단어가 있는 경우만 본다. 또한 선택한 책을 다 읽기 전에는 그 책에 대해 다른 사람이 풀어 쓴 글이나 비평서를 먼저 읽지 않는다. 다른 학자나 비평가가 중요시한 부분만 눈여겨보고 다른 것은 지나쳐버릴 수 있고, 내 생각보다는 해설자의 뜻대로 이해해버리기 때문이다. 한 번 읽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시 읽으면 된다. 남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분야별 읽기에서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빨리 그리고 완전히 몰두해서 읽는다. 줄거리의 흐름을 놓쳐 헤매지 않고 온전히 소설 속 인물에 빠져들어 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소설 속 사건을 간접으로 경험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사건도 끊지 않고 계속 읽어가다 보면 나중에 다 이해되는 것이 마치 인생을 되돌아보면 다 이해된다는 것에 비유했는데 멋진 비유이다. 그러나 인생과 다르게 소설은 끝이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 이후에 등장인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상상은..(중략) 무의미할 뿐이다(242)"는 말은 작품 뒤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상력을 기르는데 좋은 것으로 알고 있어서 좀 혼란스럽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만족하고 끝내야한다는 말이 좀 아쉽다. 독자의 상상력을 더 발휘해도 좋을 일이다.

책을 접하는 순간 표지와 목차, 머리말부터 살펴보고, 속으로 질문을 하면서 분석하며 읽고, 나아가 독자가 주도하는 통합적 읽기로 나아가면 많은 지적 성장을 이룰 것이다. 나의 성장을 도와주는 책, 읽을 때마다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책은 거의 고전의 범주에 들어간다. 저자가 추천도서 리스트에서 서양의 고전서들을 제시하는데, 이 중에서 흥미있어 보이는 작품들부터 시작하라고 하니, 몽테뉴의 수상록,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어떨까한다. 고전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저자의 독서법 대로 시도하면 좋을 것이다.

서양의 독서법이지만 우리 글을 읽을 때에도 해당하므로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고민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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