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최전선 - 재난의 시대를 항해하는 책 읽기
홍성욱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기획 / 알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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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창간 3주년을 맞아 그간 써온 서평 중 21편을 모은 책이다. 재난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었다.

책은 인류세, 과학기술, 위험, 자본주의, 전쟁, 차별과 연대의 6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 경제, 사회학, 역사, 문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편집위원들이 서평을 썼는데, 분석적이고 깊이 있어서 원래 책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각 서평 말미에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도 추천하고 있다.

책을 펼치며 예상했지만 상당히 진지하다. 이 정도의 서평을 쓰려면 해당 책을 한 번 읽어서는 불가능하겠다. 저자의 주장이나 생각을 이해하면서도, 서평을 쓰는 사람의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책 안의 내용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펼쳐지는지 근거를 대어 글을 쓴다.

이 서평집이 다루는 여러 주제는 결국 인간에 대한 것이겠다. 과학발달을 이룬 것도, 서로를 차별대우하는 것도,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헛점이 있는 제도를 만든 것도, 서로 싸우고 죽이는 것도, 모두 인간의 일이다. 현재의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떻게 현재에 이르고 있고 미래에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 서평을 읽으며 차츰 정리가 된다.

<클라라와 태양>에 대한 근현대문학 전공자와 정치외교 전공자의 대담이 흥미롭다. <남은 나날들>에서도 애매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백인 엘리트가 소거된 후 기묘한 인종, 성평등을 이룬 사회가 애매하게 묘사되었다고 하는데 궁금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지만 두 대담자의 책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고 깊이있다. 인공지능로봇과 그보다 더 매정한 인간, 능력주의의 경쟁사회에서 아이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향상시키려는 엄마의 노력, 필요 없으면 버려지는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저자의 무기력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다. 좋은 서평이란 독자가 그 책을 찾아읽고 싶게 만드는 것인데 그렇다면, 상당히 성공한 것같다.

수록된 서평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내지만, 6부 차별과 연대는 더욱 인상적이다. 가난, 자폐인, 퀴어를 다루는데 기존 생각에 물음표를 던진다.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서평은 힐튼호텔과 붙어있는 양동 쪽방촌의 홈리스 주민 여덟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도의 헛점과 가난과 범죄의 쉬운 연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집에서는 드라마에서 자폐인이 법조인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본인의 성숙까지도 꾀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공평하게 업무분담을 해 준 상사와 우호적인 도움을 준 주변 인물들이었고, 이러한 것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진다면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극히 공감한다.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제도나 법보다 사람끼리 서로를 끌어안는 일이 더 중요하겠다. 신학자가 쓴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는 놀라움이다. 한국기독교가 왜 동성애에 극렬히 반대하는지는 궁금했는데, 한국 기독교의 문자주의적 해석을 기반으로 노령화된 신도들이 개신교를 하나로 묶어줄 새로운 이념으로 반공에서 반동성애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놀랍다. 어떠한 사람도 사랑으로 품어야할 종교가 차별을 하는 것이 새삼 이해되지 않는다.

서평책을 미리 읽지 않아서인지 책의 내용과 서평가의 의견이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보고 다시 이 서평집을 대하면 어떨지 궁금해진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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