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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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번째다. "시리즈 최고의 갈릴레오라고 단언합니다"라고 저자가 장담하는데, 이번에는 유가와 교수가 어떤 과학 원리를 들고 사건을 해결할지 기대된다. 물리학 교수 유가와와 구사나기 형사와 우쓰미 가오루 형사의 조합이다.

호텔에 투숙한 젊은 여성이 하체에 엄청난 피를 쏟은 채 침대 위에 죽어 있고, 테이블에는 맥주를 마신 잔이 두 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손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차기 총리직을 노리는 국회의원 오가 진사쿠는 한 마을을 과학의 도시로 바꾸겠다는 슈퍼 테크노폴리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데, 마을 주민은 이 프로젝트가 자연을 훼손하고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 와중에 르포 기자인 나가오카 오사무가 교살되고, 반대파 멤버들의 세력이 점차 약해지는 가운데 기공식이 다가온다. 유가와 교수는 과거 고등학교 물리연구회 신입생을 뽑기 위해 레일 건을 함께 만든 신고라는 학생이 호텔에서 죽은 누나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기계가 잘못 사용될 것을 우려한다.

"시리즈 최고의 갈릴레오"라고 장담한 것은 냉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는 유가와 교수가 고등학교 후배인 신고에 대해서 애정과 책임을 지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겠다. <한 여름의 방정식>의 소년 교헤이를 품어주는 유가와 교수의 태도와 연장선 상에 있다. 과학이 발명한 것은 순수하더라도 세상은 그렇게 순수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악하게 이용한다면 그 책임을 이용자가 아닌 만들어낸 자신이 지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유가와 교수의 정신을 높이 산다.

그러나 "몇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 레일 건은 실험 장치이지 무기가 아니야(314)"라고 외치는 유가와 교수의 주장이 허공에 대고 외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레일 건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폭발력을 가진 장치임이 분명하고, 벽에 구멍도 뚫고, 놀잇배에 화재도 내고, 오토바이도 폭파시켰으므로 누구라도 합리적 추론을 한다면, 사람을 죽일만큼 가공한 능력을 지닌 기계임이 확실하다. 현실을 부정하려는 유가와의 마음이 아쉽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답지 않게 이야기 초반에 몇 가지 사건이 병렬로 서술되어 좀 어수선하다. 호텔 사건, 유가와 교수와 고등학교 후배 신고와의 에피소드, 정치인 오가 진사쿠 비서와 4인의 회합, 공장에서 일하는 신고의 이야기가 초반에 연결없이 평행하게 묘사되어서 다양한 등장인물 속에서 어느 이야기가 중심으로 전개될지 집중하기 어렵다. 하나의 중심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여러 사건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노출시켰다면 몰입하기 좋았겠다.

페이지 터너 답게 이번 책도 빠른 속도로 읽어갈 수 있다. 갈릴레오 유가와 교수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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