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 / 푸른사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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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학회와 서울대 '현장문학 읽기'세미나팀이 202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중에서 12작품을 선정했다.

선정된 12 작품의 제목은 안반, 신세계에서, 롤링 선더 러브, 반려빚, 전교생의 사랑, 투오브어스, 혼모노, 자갈 선생의 상담일지, 이소 중입니다,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미래의 조각,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이다. 심혈을 기울여 썼을 작가 못지 않게 각 작품 뒤에 배치한 해설은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독자의 이해를 깊게 해준다.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삼대에 걸친 여자들, 고모와 조카의 여행, 요즘 유행하는 TV 짝짓기 프로그램, 동성의 사랑과 빚만 남긴 이별, 성인이 된 두 아역 배우의 이야기, 움직임연구회라는 독특한 모임의 두 여자, 신내림 받은지 30년 넘은 도사와 이제 막 신내림을 받은 신애기, 상담심리사 자갈선생과 환자, 철학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세 여자, 숙희의 호칭에 관한 생각의 변화, 어머니의 자살시도, 베이비시터 이야기가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제목이 어려워 무슨 뜻인지 호감을 갖고 읽게 되는 작품이 있다. <안반>, <반려빚>, <혼모노>, <이소 중입니다>이다. 안반은 떡을 치는 넓적하고 두꺼운 판이고, 반려빚은 반려견처럼 함께 가는 빚이다.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를 의미하고, 이소는 새가 자라서 둥지를 떠나는 일이다. 이 단어들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이야기 속에서 풍부하고 깊은 의미를 갖는다. <안반>에서 할머니는 엎어져 책을 읽고 있는 손녀들을 향해 '안반같은 엉덩이'라고 쌍스럽게 말을 하는데, 그녀의 삶이 고단해서 말도 거칠다. <반려빚>에서 주인공 정현에게 빚이란, 이별 후 남겨진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죽고 싶어도 빚을 갚아야하기 때문에 살아야할 이유이다. <혼모노>에서 진짜 아니면 노하시는 까다로운 장수할멈 귀신을 30년 넘게 모신 늙은 도사는 젊은 신애기에게 건너가버린 그녀에게 도전한다. <이소 중입니다>에서 새는 성장을 위해 목숨 걸고 둥지 밖으로 날아가 먹이를 구해야한다. 떨어져 있는 어린 새를 함부로 건들면 죽을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이 함께 존재한다.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전교생의 사랑>은 여자 아역 배우 민지와 세리의 이야기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등장하는 미성년 배우의 보호와 잊힐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른들의 영화에 아역배우들에게 성과 폭력적인 장면을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가. 아직 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어린 배우들이 감당해야할 충격이나 수치심을 치료할 기회는 없는가. 어른 여자배우가 두 아이를 위해 감독에게 지나친 요구라고 저항하지만 감독의 의지를 꺽을 수는 없다.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다.

문제소설답게 평범함을 거부한다. 동성애와 양성애, 자살과 죽음, 사랑과 이별, 폭력과 보호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소설을 읽으면서 경험한 것은 되돌아 보고, 경험하지 못한 것은 간접으로 이해한다. 강력한 충격을 남기며 끝나는 작품, 갈등이 해소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 뭔가 끝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지는 작품들이 각각의 여운을 남긴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에 모아서 다양한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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