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10년 앞선 고령사회 리포트
김웅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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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는 고령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14)."

일본은 인구의 29.1%가 65세 이상이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책은 4부로 되어있다. 1부 예고된 미래, 초고령 사회의 신풍경, 2부 유쾌한 시니어가 온다, 3부 간병의 품격, 4부시니어 비즈니스 본 막이 오르다. 책 말미에 두 개의 인터뷰가 있는데, 일본 은퇴전문가에게서 자산관리요령을 듣고, <70세 사망법안, 가결>을 비롯한 고령사회에 관해 소설을 써온 저자에게서 일본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사회 전체가 노령인구를 품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시니어들이 일반인 속에 섞여서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노력한다. 젊은이들로 가득찬 스타벅스의 한 쪽에서 치매 노인들과 가족들이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편의점이나 노인들이 이용하는 곳의 종업원들이 치매 노인에 대한 접객 노하우를 익힌다. 일부 요양원은 노인들이 관리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생활할 수 있고 나아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정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고쳐주는데, 이러한 근본적 노력도 좋아 보인다. 배뇨 배변과 같이 당사자도 자존심이 상하고, 간병인도 처치하기 어려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점도 인상적이다. 기술의 발달 뿐 아니라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의 설치는 배회하는 치매 환자의 심리를 고려해 마음을 달래주며 자발적으로 귀가시킬 수 있도록해서 따뜻하다.

가장 일본스러운 것은 나이든 히키코모리나 오타쿠에 대한 대책이다. '8050문제'는 80대 부모가 50대 고령자녀를 돌보며 사는 현상을 말한다. 히키코모리 자녀를 둔 시니어는 죽기 전에 자식에게 혼자 밥해먹는 법 가르쳐주기, 전기, 가스와 같은 요금 명의를 미리 자녀명의로 바꿔주기, 부모 사후 주택명의 변경 등의 도움을 다른 형제자매가 도울 수 있도록 요청하기, 일정 금액의 용돈을 관리하도록 훈련시키기를 제시하는데 그 구체성에 놀랍다. 한편, 2020년에 오타쿠 1세대가 후기 고령자(75세이상)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그들이 모아둔 희귀한 컬렉션을 생전 견적서비스를 받아서 처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우리보다 오래 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대책을 세워온 일본에 관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주로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간병과 돌봄으로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성향을 반영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정책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바람직해 보인다. 나아가 상업적으로나 금융관리 차원에서 시니어를 상대로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서 침체된 일본 경제에 조금은 활력을 주고 있어 보인다.

책 말미에 현지 은퇴전문가와 소설가와의 인터뷰는 일본인의 생각을 바로 알 수 있어서 유익하다. 특히 고령화 사회의 세태를 그리는 소설가 가키야 미우의 통찰력있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인간이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저출산이 문제이다. 일본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도 저변에 깔려 있다. 남녀가 각자 살 때는 그렇지 않는데 왜 부부가 되면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집안일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아내는 일과 집안일 모두 해내야 하는지를 지적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을지에 대해 지적한다. 수긍이 된다.

세대 갈등보다 전 세대가 어우러지기 위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고령 친화적 정책과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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