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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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상상했던 환상은 깨지고, 서로에게 불만 가득한 부부가 이를 갈며 함께 산다. 이혼은 하기 싫고, 상대가 어느 날 사라져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상대를 사라지게 하려면 완벽한 범죄를 계획해야한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부부들에게 해피엔딩이 있을 것인가?

8편의 단편 추리소설은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완벽하게 죽이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결혼에서 무덤까지'에서는 치매에 걸려서도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할머니의 아찔한 살인계획이 쇼킹하다. '인생의 무게'에서는 소설을 쓰는 남편의 아내 살인 계획은 치밀하지만 의외의 반전이 흥미롭다.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족이 남편이자 아버지를 보내버리려하지만 의외의 반전이 있다. '진정한 복수'에서는 남편이 제삼자를 이용해 아내를 죽이려하지만 꼬여버린다. '비리가 너무 많다'는 의도치 않게 부메랑처럼 돌아온 결과를 맞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다. '보물찾기'는 아내와 이혼 후 새 삶을 살겠다고 이사왔지만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 벌어진다. '내가 죽인 남자'는 아내의 불륜을 알고 있는 남편의 차마 어쩌지 못하는 죽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개티즌'에서는 네티즌 피해자의 복수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전개된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인생의 무게'다. 아이를 잃은 후, 아내는 집도 치우지 않고 하루종일 드라마를 보고 예술작품같지도 않은 것들을 사들이는 뚱보가 되었다. 남편은 이런 아내가 혐오스럽다. 이혼 위자료가 아까울 뿐만 아니라, 아내가 죽으면 나올 보험금으로 옆집 여자와 새로운 연애를 꿈꿔본다.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아내를 죽일 것인가를 글로 써가며 계획하는데, 이 사실을 알아버린 아내는 반격을 준비한다. 예상대로 남편은 죽고, 아직 남편이 쳐놓은 덫을 알지 못한 아내 역시 그 덫에 걸려버린다. '너 죽고 나죽자'식의 부부. 이 정도면 살벌한 분위기를 감추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 연기를 하며 살았을 부부의 모습이 살벌하다. 짧은 단편이지만 긴장감과 반전이 인상적이다.

배우자의 완벽한 제거를 꿈꾸지만 그대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계획대로만 되었다면 통쾌했으려나? 오히려 계획이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 더 복잡미묘한 부부의 관계를 잘 설명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거나 같이 몰락하거나 이야기가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예상할 수 없는 결말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다.

AI와 네티즌, 코로나와 같이 현재의 사회상이 소설에 잘 녹아있다. 각 단편마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현대에 일어날 수 있는 부부간의 갈등과 범죄를 코믹하게 그려내지만 묵직함도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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