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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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의 묘미는 무엇보다, 기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낯선 상황 속에서 고독과 마주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과 당혹감을 느껴보는 것이다(168)."

혼밥은 하지만 혼술은 하지 못하는 저자는 이 나이되도록 뭐가 부족해서 혼술을 못하냐고 스스로에게 닥달해보지만 역시 아저씨들로 가득찬 술집에 여자 혼자 들어가 술을 마시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한 자립은 혼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발상으로 시작된 혼술 모험은 점차 자신에 관한 이해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가는지에 관한 깊이있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가 실패와 성공을 거쳐 정리한 혼술의 비법은 간단하다. 먼저, 혼술 손님이 많은 가게를 택한다. 바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가게 분위기를 살핀다. 스마트폰은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표시이기 때문에 소통을 원한다면 보지 않는다. 첫 술은 빨리 주문하고, 안주는 천천히 주문한다. 술과 음식 맛을 보고 사장님에게 맛있다는 말을 전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사장님이 옆 손님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옆사람과 대화를 시도하고 싶다면 그들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살짝 미소짓는 약한 반응을 해본다. 옆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즐겁게 대답해주면 된다. 자기 마음에 드는 곳이면 계산하면서 "또 올게요"라는 인사를 하면 좋다. 그렇게 단골이 되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혼술은 성공이다.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다. 저자가 혼자 생각하고 다짐하고 실천하고 겁내는 일련의 과정에 유머가 넘친다. 기자생활을 오래했으니 아무데나 들어가서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인터뷰하고 글을 썼을 것 같은데, 개인 생활에서 의외로 소심하다. '대의명분없이' 혼자 술집에 들어가는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니 말이다.

혼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주목받으려하기 보다 힘을 빼고 공기의 흐름대로 나를 맞추는 것이 낯선 사람들 속에서도 경직되지 않는 비결이다.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술친구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말도 좋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떠오른다. 바테이블에 빙 둘러앉은 단골손님들은 서로의 힘든 하루일과를 맥주 한 잔에 풀어버리고, 새로온 손님에 대해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서로 소통하고 웃고 우는 드라마가 참 일본적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이 그 드라마와 서로 닿아있다.

낯선 지방이나 외국에 나가거나 집 근처 식당이나 술집에서 혼자 먹고 마실 곳이 필요하다면 저자의 비법을 숙지하고 발휘해보면 어떨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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