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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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쉬제)는 하느님의 집인 성당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곧 창조주께서 첫날 만드신 빛으로 성당을 밝히고 그 안을 둘째 날, 셋째 날의 피조물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그의 꿈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봉헌된 성당에서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53)."

저자는 건축학을 전공한 신부님이다.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성당을 직접 동료 신부님들과 다니며 사진을 찍고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생드니 대성당을 보면서, 이 성당을 설계하고 감독한 쉬제 수도원장의 마음을 상상한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중세에는 성당의 설계와 현장 감독을 성직자가 하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성당건축이 예술적 완성도는 물론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담아내야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집을 아름답게 만들고 피조물 중의 하나인 인간이 하느님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상상해본다.

책은 12세기 중엽부터 15세기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초기- 전성기- 후기의 고딕양식과 이에 영향을 받은 영국 고딕, 독일 고딕, 이탈리아 고딕을 설명한다.

초기 고딕은 일 드 프랑스지역에서 성장한 카페왕조, 스콜라 철학, 강력한 로마교황의 권한을 배경으로 자리잡아가는 시기의 건축물이다. 상스 대성당과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전성기 고딕은 수직화와 경량화라는 서로 모순되는 두 기술적 목표를 해결하면서 예술적 가치가 높아진다. 샤르트르 대성당과 랭스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후기 고딕은 15세기 이후 전통고딕 양식이 쇠퇴하며 화려한 장미창과 방사상의 거대한 창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한 '레요낭(태양처럼 빛나는) 양식'과 그 뒤를 이어 더 화려한 '플랑부아양 양식(불꽃처럼 물결치는 모양의 창 장식)'이 후기를 장식한다. 생드니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영국 고딕은 프랑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반대로 레요낭과 플랑부아양 양식의 기하학적 장식성이 프랑스에 영향을 주기도했다. 프랑스를 뛰어넘고 싶었던 영국왕 헨리 3세의 야심이 느껴지는 웨스트 민스터와 캔터베리대성당이 대표적이다. 독일 고딕은 프랑스에 의존하거나 독자성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나뉘었으나 점차 지역주의 전통이 대세를 이룬다. 로마네스크식이었던 쾰른대성당은 13세기 화재로 소실되어 고딕양식으로 재건축한 것으로 프랑스를 뛰어 넘고자했다. 이탈리아 고딕은 로마네스크 전통이 강했기 때문에 토스카나 지방을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 베네치아의 밀라노 대성당은 건축가, 수학자, 화가 등 여러나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성당이다.

고딕양식의 건축상 특징 세 가지는 포인티드 아치(Pointed Arch, 첨두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Rib Groin Vault, 늑재교차궁륭),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 공중 버팀벽)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에는 없었던 이러한 신기술을 이용해 성당의 수직화와 경량화에 성공하고, 성당 내부로 더 많은 빛을 끌어들였다. '포인티드 아치'는 반원아치보다 경사가 가파라서 수평력을 적게 받아서 안정되고, 버팀벽의 두께도 줄일수 있었다. '리브 그로인 볼트'는 천장을 갈비뼈와 같은 리브로 만들면서 그 두께가 로마네스크 양식의 반으로 줄었다. '플라잉 버트레스'는 높아지는 성당을 버텨주는 벽이 점점 두꺼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과 떨어진 곳에 기둥을 세우고 아치형태의 구조재를 통해 하중을 전달하여서 많은 빛이 들어오도록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고딕양식 건축용어를 먼저 익힐 것을 권한다. 용어를 알지 못하고는 책을 따라가기 어렵다. 고딕양식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꼭 알아야하는 기본 용어를 정리하자면, 아일(측랑, 복도), 네이브(중심부), 네이브 월(벽), 벽의 층에 따라 1단의 아케이드(아치형 복도), 2단 갤러리(아일 위층의 복도), 3단 트리 포리엄(갤러리와 클리어스토리 사이 아치, 밖이 막힘), 4단 클리어스토리(천측창, 채광창), 천장의 리브 그로인 볼트(늑골 교차아치지붕)이다. 이 책 어딘가에 그림과 설명을 실어 두었다면 좋았겠다. 또한 사진 속에서 어느 부분인지를 화살표로 표시해 주었다면 좀 더 친절한 책이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성당들의 사진을 보면서 저자가 성당건축과 스콜라 철학과 하느님을 연결하는 관점과 각 성당들을 건축한 성직자를 대하는 모습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건축 용어만 익숙해지면 건축구조와 역사적 변화를 잘 따라가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고딕 이전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이후의 르네상스 건축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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