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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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펜상은 한국추리문학상 중 하나로 2007년에 제정된 이래 매해 발표된 단편추리문학 작품 중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 책은 2023년 수상작인 박소해의 <해녀의 아들>을 포함해 우수작 6편을 함께 소개한다. 6편의 작품은 <죽일 생각은 없었어>, <40피트 건물괴사건>, <꽃은 알고 있다>, <연모>, <팔각관의 비밀>과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이다.

수상작인 <해녀의 아들>은 제주 4.3사건과 이어진 살인사건을 다룬다. 대화체가 제주도 방언이어서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읽다보면 익숙해진다. 국가의 폭력에 피해를 입은 개인의 비극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슴에 한으로 남아있는 제주민들이 안타깝다.

두 여자가 주인공인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굉장히 독특하다. 헬스장 트레이너인 주희와 그의 할머니 이야기다. 젊고 아름다운 주희는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회원을 대신해 상대를 손봐준다. 또한 자기에게 성추행하거나 집적거리는 남자를 해치우는데, 연약한 여자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남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여성의 공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약자를 공격하는 가해자를 처단하는 이런 여성이 현실에 있을지 모르겠다. 주희의 할머니는 독초를 따로 보관하면서 언젠가 쓸 일이 있다고 하며 이를 자신의 복수에 사용한다. 할머니와 주희의 핏줄에는 살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반전이 돋보인 <연모>도 인상적이다. 기자인 나는 9년 전 교생실습 때 만났던 여학생 소형이 성공하여 스타트업 CEO가 되자 그녀를 인터뷰하러 간다. 소형은 당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돌아서 아이들이 사이에서 사이코패스라 불렸다. 애틋한 감정이 있었던 나는 성공한 그녀가 그간 나를 관찰해오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 반전은 기발하다.

각 작품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설을 쓴 동기와 과정은 물론 작법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추리 작가 모임에서 주제를 정하고 서로 습작해보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혼자서 작품을 쓰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함께 하는 과정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듯 하다.

7개의 작품이 각기 다른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짧지만 임팩트있고 참신한 작품들이다. <40피트 건물괴사건>처럼 논리적 추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작품도 있고, 큰 뉴스거리가 되었던 농약살인사건이나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처럼 익숙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작품도 있다. 장편 추리소설에서 단서를 모으며 추측하는 것처럼 단편에서도 가능하다. 긴장감과 초조함, 추측과 반전이 잘 어우러진 장르소설의 특징인 듯하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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