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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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전시되는 것이 너무 지긋지긋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인간도 아닌 것처럼, 진짜가 아닌 것처럼 대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121)

1999년 브로브리지에서 6명의 십대 여자아이들이 실종되었고, 당시 12살이었던 클로이의 아버지가 연쇄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결정적인 단서는 죽은 아이들의 액세서리를 모아둔 상자이고, 이것을 클로이가 경찰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두운 밤에 아빠가 삽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진술한다. 아버지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에게 끌려나간다. 엄마와 오빠 쿠퍼, 그리고 클로이는 연쇄살인범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웃 사람들의 린치를 참아 내며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 결국 자살미수에 그친 엄마는 식물인간처럼 병원에서 지내고 단란했던 가정은 그렇게 파탄이 난다.

세월이 흘러 32살이 된 클로이는 정신상담박사로 꽤 성공했다. 한 달 후면 만난지 1년 된 약혼자 대니얼과의 결혼식도 있으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같은 수법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아버지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모방범죄인가?

이야기는 주인공 클로이의 1인칭 시점에서 2019년 현재와 1999년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연쇄살인범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신을 연구한 박사로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편견을 깨주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지만, 결국 언론은 자신들이 쓰고자하는 것을 쓰면서 클로이를 이용한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클로이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약혼자 대니얼과 함께 할 때에만 안정감을 느낀다. 실은 클로이는 약혼자의 이름으로 신경안정제를 처방하여 복용할 정도로 여전히 불안하고, 간혹 약을 술과 함께 마시면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기도한다.

클로이의 불안한 심리상태 만큼이나 그녀가 풀어가는 이야기 역시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높인다. 현재의 연쇄살인범이 아버지로부터 수법을 배운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고 진짜 범인이 활동을 재개한 것인지 클로이는 알 수가 없다. 클로이가 우왕좌왕하며 경찰에게 거짓을 둘러대자 경찰은 클로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클로이는 경찰의 도움없이 이를 해결하고자 자신에게 접근해온 뉴욕타임스 기자 에런 잰슨과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 주변인물이 모두 의심스럽다. 갑자기 나타난 첫번째 피해자의 아버지 버트 로즈, 출장이 잦아서 집에 함께 있을 시간이 거의 없는 약혼자 대니엘, 어려서 부터 모든 시련을 함께 겪으며 언제나 클로이를 보호해주는 오빠 쿠퍼. 반전에 반전이 일어나고, 또 의외의 사실들이 밝혀진다.

이 작품이 저자의 데뷔작이라는데 몰입감이 대단하다. 번역이 좋은 것인지 원작자의 필력이 대단한 것인지 거슬림없이 술술 읽히고 속도감이 대단하다. 근래에 읽은 책 중 최고의 장르소설이다. 처음 책을 잡으면 끝을 봐야한다. 500여 페이지가 순식간에 끝난다. 이 작가의 차기작이 매우 기대된다.

#깜빡이는소녀들 #스테이시윌링햄 #세계사컨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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