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 2500년 정치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1
톰 버틀러 보던 지음, 김문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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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버틀러 보던(1967-)은 호주 출신의 '50권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다. 이미 철학, 경제학, 경영학 필독서 시리즈가 우리말로 번역되어있다.

책은 6부로 나누어 2500년의 정치학 명저 50권을 소개한다. 각 부의 주제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 정부의 역할, 권력의 속성, 자유를 추구한 정치의 역사, 평등을 추구한 정치투쟁, 정치를 바꾸기 위한 시민의 역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링컨이나 오바마같은 미국 대통령, 맹자와 쑨원과 같은 동양의 사상가들과 <시민불복종>으로 유명한 소로와 소설가 조지 오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요점정리하고 저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주제별로 선택한 필독서를 요약하는데, 이점이 인상적이다. 정치학 분야에 관심이 크지 않다면 50권 중 읽어본 책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인데, 미리 소개하려는 책들을 워밍업시켜준다는 면에서 매우 유익하다. 또한, 목차를 보면서 정치와 그리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침묵의 봄>이나 <정글>과 같은 환경과 육류가공업체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작품은 시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정치가 바뀌는지 보여주는 예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을 미리 읽는다면 이해될 것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3부 국제 정치권력의 이동에 관한 파트이다. 특히 <강대국의 흥망>은 흥미진진하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흥하고 다음 강대국으로 자리를 물려줄 때의 현상을 이야기한다. 부를 쌓아 강대국이 되고나면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비에 지나친 비용을 쓰게된다. 다음 강대국은 군사력보다 경제부흥에 힘쓰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져 지난 강대국 자리를 차지한다. 다시 이러한 흥망은 반복되며 새로운 강대국이 출현한다. 과거 스페인과 네덜란드, 프랑스와 영국, 미국과 소련의 시대를 거쳐 앞으로는 군사비에 치중하는 미국과 달리 경제발전에 열중하고 있는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그럴까? <백년의 마라톤>에서 마이클 필스버리도 2049년 중국이 공산당 집권 100년을 기념하는 해에 미국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예측한다. 1990년 초반부터 전국시대의 교활한 전략이라는 '도광양회(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가 공개되었을 때, 필스버리는 '오랜 패권국을 타도하고 복수를 강행하라. 그러나 일단 신흥강대국이 그렇게 할 능력을 개발해야한다(299)'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시대에 군사력 경쟁을 할 때에 중국은 약소국인 척하며 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경제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하였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과거 천하를 지배하였듯 세계를 지배할 요량으로 일대일로에 막대한 자금을 대면서 자신의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분석한다.

이와 달리 중국이 다음 강대국이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은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밝히고 있다. 이들은 제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부유국과 빈곤국의 차이는 부와 권력을 분배하고 자유언론을 용인하는 '포용적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부와 권력이 소수 엘리트에 집중되고 언론통제를 하는 '착취적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빈곤국의 경우 소수 엘리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중의 발전과 번영의 기회를 없애버린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부정부패가 발생했을 때 '포용적 제도국'은 투표를 통해 집권자를 몰아낼 힘이 있는 반면 '착취적 제도국'은 힘이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국이 부유국과 빈곤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련이 1930년대에서 1970년대에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동하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가1980년대에 기력이 쇠했다. 중국이 현재 15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통제된 제도 속에서 얼마나 오래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통찰있는 지적이다.

굉장한 책이다. 정치 역사를 주제별로 나눠 핵심을 정리하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사상을 연결하고 있어서 한 주제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이름만 들었던 유명한 저서의 내용을 간략하지만 현실과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도 매우 매력있다. 대중이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공이 중요하지만 이를 결정짓는 것은 정치제도라는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주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의 움직임이 어떻게 흘러와서 흘러가고 있는지 거대한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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