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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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으스스한 제목에 비해 책 표지는 유머러스하다. 관에 편안히 누워 있는 해골, 천사의 날개를 달고 열심히 두손모아 기도하는 해골, 중세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어딘가를 향해가는 해골의 모습.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책 내용이 궁금해진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의 유명한 퀴즈 쇼인 <제퍼디>에서 74연승을 기록하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100개가 넘는 다양한 사후세계를 조사하였다는데, 7부로 나누어 동서양을 넘나들며 신화, 종교, 책, 영화, TV, 음악과 연극, 기타 사후 세계를 소개한다.

사후세계를 다룬 신화편에는 고대 여러 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는데, 대부분 낯설다. 다양한 신화에서 그려낸 사후세계는 북극지방 이누이트족의 지옥인 아들리분과 최고의 야외 낙원인 쿠들리분, 중국의 지옥, 일본 신토의 유미, 스칸디나비아의 헬과 발할라와 같이 다양하다. 종교편에서는 그 유명한 티베트 사자의 서, 이슬람교, 여호와의 증인, 힌두교와 같은 익히 알고 있는 종교의 사후세계를 다룬다. 책편에서는 단테의 신곡, 나니아 연대기, 실낙원과 같은 고전과, 영화와 TV 드라마로는 식스센스와 로스트, 블랙미러와 같은 작품을 소개한다. 음악과 연극에 나오는 사후세계로는 캣츠가 대표적이다.

마치 여행 가이드북이 방문 지역의 역사와 유래를 설명하듯 사후 세계에 관한 정보는 물론 주의사항, 지름길을 안내하는 시간절약 팁, 현지어 학습, 현지 복장이나 관습, 가볼만한 곳, 기념품 쇼핑, 현지식사, 숙박시설에 대한 정보까지 유머러스하게 알려준다.

신화와 종교는 이후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예술 작품의 원형이겠다. 신화 파트를 읽으면 다양한 영화나 책이 떠오른다. 중국의 신화에서 지옥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인간은 양의 세계에 살다가 죽으면 영혼이 음의 세계인 지하세계 황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황천은 카톨릭의 연옥과 비슷한 곳으로 판관역할을 하는 10 명의 대왕이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한다. 서류더미에서 판단을 내리는 판관을 묘사하는 것은 영화 <신과함께>가 연상되고, 마지막 환생을 위해 망각의 차를 마시는 장면은 <도깨비>의 장면이 생각난다.

종교에 있어서 지옥은 필요하다. 두려움을 통해 믿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옥이 없다는 여호와의 증인과 모르몬교는 좀 독특하다. 여호와의 증인은 천국에 갈 인원을 14만4000명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점차 신도수가 증가하자 그 경쟁이 치열해졌고, 1935년 사후세계에 대한 관점을 넓혀 천국에 가지 못하더라도 지상낙원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 발표했다. 이 지상낙원은 에덴동산과 같아서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종교가 현실과 타협을 한 듯한 인상이다. 한편, 모르몬교 역시 영혼은 사후에 세 개의 천국 중 한 곳에 가며 지옥이 없다. 특이하게도 천상의 왕국에서 영생하려면 파수꾼 천사에게 특정한 핵심 단어를 말하거나 표식이나 증표를 제시해야하는데 이는 예배시간에 알려준다. 모르몬교는 '영원한 진보'를 중시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근면하게 살던 영혼은 천상에서도 일과 배움, 성장을 지속한다. 발전하는 영혼은 신이 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두 종교 모두 잘 알고 있지 못해 그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지대넓얕을 들으며 알게 된 책인데, 사후세계를 '바르도'라 부르고, 세 종류가 존재한다. 치카이 바르도, 초니드 바르도, 시드파 바르도를 지나고 나면 자궁의 문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된다. 자궁문이 완전히 닫혀야 윤회가 끝나고, 자궁의 문이 닫히지 않고 동굴의 환영이 보이면 동물로 환생하고, 통곡의 노래가 들리고 검은 길이 보이면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인간으로 환생하는 경우는 자궁의 문 하나를 통해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는 환영을 보게되는데 그것이 미래의 부모라는 것이 신기하다.

단테의 <신곡>을 읽었을 때 연옥편이나 천국편보다 지옥편이 훨씬 흥미로웠는데, 존 밀턴의 <실락원>역시 그렇다니 인간의 마음은 시련과 고통을 더 즐기는 것이 아닐까한다. 세라핌이 '가장 높은 단계의 천사들'이라는 뜻이라는데, 요즘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르 세라핌의 의미를 처음 알게되었다.

<캣츠>는 뮤지컬로도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 배경설명이 아주 친절하다. 1년에 한 번 젤리클 달이 비추면 모든 젤리클 고양이들은 무도회에 초대되고, 족장인 올드 듀터러노미가 동트기 직전에 젤리클 고양이 중 한 마리를 발표해서 천상의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라간다. 올드 듀터로미가 여러 번의 삶을 연속해서 살았다고 한 걸 보면 선택된 고양이는 그 곳에서 환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번 보았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이 작품의 배경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다.

사후세계에 대해 인류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천국과 지옥 중 어디로 가야할지 기다리는 장소인 연옥이 있다든가, 환생한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되었다. 나아가 현재에 만들어진 작품 중 <블랙미러>의 샌주니페로에는 디지털화한 사후세계를 상상하는데, 꽤 가능성있어 보이는 미래의 사후세계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놀라운 미래이다.

사후세계라는 주제로 전세계 종교와 신화는 물론 이들에서 파생되고 확대되어 나온 예술작품을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 문화말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면 좀더 오해가 줄어들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한다. 다양한 작품을 리뷰한 책이라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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