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장자수업 2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2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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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BC369-BC289)는 전국시대 사상가로, 무위자연, 소요유, 나비꿈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저서 <장자>는 33편이 현존하고, 내편, 외편, 잡편으로 나뉘는데, 장자가 쓴 것은 내편 7편이라고 한다. 장자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신주는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장자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해석하는 장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책은 전 2권의 책 중 2권이다. 1권에서 24편의 이야기를, 2권에서 24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권 24편의 이야기는 총명, 여희, 조롱, 새끼돼지, 현해, 공수, 길, 당랑, 위시, 시남선생, 날개, 뒤처진 양, 도추, 벌레, 맹손재, 재경, 꿩, 삼인행, 여우, 원숭이, 애태타, 수영, 임종, 나비꿈 이야기다.

책의 구성은 <장자>의 원문 해석을 앞에 두고, 뒤에 원문과 출처를 밝히고, 저자의 관점에 따라 해석한 내용을 비교적 길게 적는다. 원문 해석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러나 <장자>는 우화에 빗대어 장자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로만 읽을 수는 없고, 좀더 장자의 뜻을 이해하려면 해석이 필요하다. 강신주는 현대의 국가주의와 자본주의처럼 남이 만들어 놓은 체제에서 남을 위해 경쟁하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한다. 그렇다고 나만을 위해 사는 고립된 상황이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방법론적 유아론을 제시한다.

자기만 옳다는 유아론과 달리 장자가 말하는 방법론적 유아론은 타인과 세계에 열려 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내 생각일뿐 다른 사람의 생각이 옳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면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수있다. 속세에서 떠나 자연에서 소요하는 신선과 같다는 인상을 갖게 한 장자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다.

장자는 아주 작은 경험을 철학적 사고로 바꾸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 조릉이야기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노리는 개체가 사실은 넓은 안목에서 위험에 처한 상황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큰 깨달음을 준다. 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에 들어선 매미는 사마귀가 노리고 있고, 그 사마귀는 까치가, 까치는 장자가 사냥을 하려는 대상이었다. 실은 장자조차 까치만 쳐다보다 불법 지대에 들어서있는 자신을 알지 못했고 쫓아 오는 사냥터 관리인에게 치도곤을 당할 처지였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자신의 이익만 좇다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산목]편의 시남 선생 이야기는 전국시대 자신의 벼슬을 위해 군주에게 조언하던 다른 사상가와는 사뭇 다른 장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환을 없애는 군주의 기술을 알려달라는 노나라 군주에게 시남 선생은 우환을 면하려면 멀리 떠나라고 조언한다. 풍성한 털의 여우와 아름다운 털의 표범이 우환을 면치 못하는 것은 그들의 가죽 때문이므로 가죽을 벗어버리면 화를 면할 수 있듯이, 군주도 군주의 자리를 벗어던지면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고 조언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대붕이 국가화가 아직 덜 되어 자유로운 남쪽으로 날아간 것은 그 곳이 유토피아처럼 평등하고 풍요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군주의 자리를 지키려한 노나라 군주가 대붕처럼 넓은 시야를 가진 자가 아니었기에 시남선생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장자의 [제물론]은 <장자>의 핵심이다. 장자의 철학을 가장 잘 정리하였고, 전체 33편 중 제물론에 포함된 이야기가 15개나 되므로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철학적 이야기들을 철학을 넘어 문학적 감성으로도 이해해야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것이 도추이야기다. 다른 이야기와 다르게 원문해석만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오리무중이다. 해설을 보면, 장자가 유일한 논적으로 여긴 혜시의 '피시방생지설(저것과 이것이 동시에 생긴다는 견해)'에 대해 장자가 어느 순간까지 동의하다가 자기만의 철학으로 발전시킨 이야기이다. 혜시의 이것과 저것의 구분이 벽이라면, 장자는 문의 경첩(도추)을 이야기한다. 혜시가 이것과 저것으로 구분하는 벽안에 갇힌 유아론이나 고립주의적 견해라면, 장자는 안과 밖을 구분하는 문의 위치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 경계가 해체되며 옳고 그름이 무한해진다고 역설한다. 그 문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경칩인 도추가 있어야 가능하다.

저자의 문체는 여전히 거침없이 힘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필요한 말만 하는데도 상당히 설득력있다. 2500년 전의 장자의 생각이 경쟁이 치열한 현재에 위로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보다 나자신을 위해 살라는 조언때문이다. 체제에 맞지 않으면 떠나라는 조언도 어찌보면 가능한 시대이다. 어느 곳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 나답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장주가 장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미숙한 일반인이 작은 에피소드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듯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 역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 지적 소화불량이 있어도 소화를 시키려는 열의가 있고, 장자의 경쾌한 우화를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깨닫고자 한다면 아주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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