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5
정토웅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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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전쟁을 중심으로 알아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전쟁으로 인해 왕조가 바뀌거나 세계의 거대한 파워가 옮겨가는 큰 변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육군사관학교 전사학과와 군사사학과 교수로 전쟁사를 가르쳤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30년이 넘게 전쟁사를 가르쳤으니 이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다. 트로이 전쟁에서 걸프전까지 세계사의 주요 전쟁 100장면을 뽑아 평가한다.

책은 시대순으로 100개의 전쟁사를 소개하는데 각 전쟁은 비교적 빽빽한 글씨로 두 세장 내외의 분량이다. 각 전쟁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있어 전쟁의 분위기를 파악하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전쟁사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엄청난 시대를 한 권에 담아 내는 역량이 대단하다. 약 200년간 지속된 십자군 원정을 단 2장으로 요약하지만, 1918년부터 4년간의 1차대전과 1939년부터 약 5년간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구려의 살수대첩과 안시성 전투, 이순신 장군의 해전과 한국전쟁을 포함시키고 있어서 세계사 속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 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이 책을 포함한 세계전쟁사가 서양사 위주인 이유가 자료문제라는 지적에 의문이 풀린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양의 전쟁사는 자료가 빈약하고 간단히 기록되어 있는데다 실증이 받쳐주지 않아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중국은 긴 역사만큼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전쟁을 통해 왕조가 바뀌기도 많이 바뀌었다. 현대에도 인용되고 있는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이 나올 정도로 전쟁을 겪었지만 사료로서는 부족한 듯하다.

서양전쟁사의 흐름 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해전(1592)의 위치를 보니 대항해시대에 속한다. 15세기부터 유럽은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대항해시대가 열리는데, 세력의 중심이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다시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로 옮겨간다. 임진왜란 즈음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스페인의 필리페 2세의 무적함대 아르마다의 해전에서 영국이 승리하면서 힘의 중심이 점차 영국으로 이동한다. 백병전을 준비한 스페인 전술에 비해 영국은 장거리 대포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 유효했고, 바람 역시 영국을 도왔다. 임진왜란을 보면, 육지에서 조총과 활의 대결로 일본이 파죽지세로 조선을 점령하지만,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연전연승한다. 방향전환이 용이하고 대포를 보유한 거북선과 학익진 전술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북선은 판옥선을 개조한 철갑선으로 서양보다 250년이나 앞선 것이라니 대단하다.

1, 2차 세계대전을 독일군의 관점에서 이어 읽으니 매우 흥미롭다. 1차 대전 후 연합군이 패전국 독일에게 굴욕적이고도 가혹한 배상책임을 물었던 베르사이유 조약은 독일 국민을 분노하게 했고, 히틀러가 1939년 폴란드를 침략하며 2차대전을 시작하게 된다. 신속한 기동력과 타격력을 보여주는 '전격전'과 1차대전 때보다 개선된 무기를 사용하며 1차대전 수준에서 방어에 집중하는 연합군을 속수무책으로 만든다. 프랑스가 공을 들여 만든 마지노선은 의미가 없었다. 독일이 18일만에 폴란드를 점령하고, 소련군이 동쪽에서 들어와 동서분할 점령하였다. 이후 독일은 파죽지세로 덴마크, 네덜란드까지 점령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대서양에서의 패전과 미국의 본격적인 참여로 연합군에게 밀린다. 미영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해 독일은 우왕좌왕하였고, 히틀러의 암살시도까지 겹쳐 힘을 쓰지 못하고 결국 파리가 해방되고 독일은 항복한다. 양 세계대전을 연결해서 보니 1차대전 후 와신상담한 독일이 여러면에서 우세했으나 결국 충분한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의 힘에는 밀리고 말았음을 알게되었다. 큰 그림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하나의 전쟁을 따로 떼어 놓고 읽어도 간결하면서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고, 시대순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연결지어 읽어도 인과를 알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1977년간된 것을 개정한 것이어서 참고문헌과 자료가 최신의 것이 많지 않다. 이 분야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최신의 자료를 더해 향후 업데이트한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전쟁사 책으로 곁에 두고 꺼내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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