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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ㅣ 전 시집
백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이름 앞에 유일하게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두 명 시인이 있다. 백석과 이상. 이상이 형태적으로 기존의 시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 백석은 언어적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를 창조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시인이다(5)."
이렇게 유명한 시인인데 백석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그가 북한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인 <사슴>을 구할 수 없어 직접 필사해 읽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백석은 시인들이 사랑한 시인이었다.
백석(1912-1996)은 일제강점기에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조선일보 장학생으로 도쿄의 아오야마 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6개 국어에 능통했다. 독어, 영어,러시아어는 수준급이었고, 제일 못하는 것이 일본어였다고 한다. 구소련 문학가들의 작품을 다수 번역했다. 조선일보가 있는 서울과, 북한, 만주로 왔다갔다 일하다가 해방 이후 고향 정주에 정착하였다. 1958년 이후 부르주아 잔재에 대한 비판으로 활동이 위축되다 이듬해부터 다시 시를 쓰다 중단하다를 반복하다 1996년 사망했다.
1987년 월북 작가 해금 조치 이후로 그의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그의 작품은 평북 지방을 비롯한 여러 지방의 사투리와 옛것을 소재로 삼아 향토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1936년 발행한 <사슴>과 1945년 해방 이전과 해방 이후의 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사슴>을 포함한 해방 이전 작품의 시어는 옛말은 물론 평북지방의 사투리가 많아 주석이 없이는 거의 이해하기 어렵다. 등장하는 전래 음식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고 설명을 봐도 살짝 상상하기 어렵다. 남북으로 갈라진 이후에 언어는 물론 문화까지 너무 많이 달라져서 통일이 된다해도 서로 소통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 정도다.
제목과 같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해방이전 시 중의 하나다. 나타샤가 누구일까 궁금해 찾아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나타샤 로스토바처럼 일반적인 러시아 여성이라고도 하고, 백석이 사랑했던 기명이 자야인 김영한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김영한은 법정스님에게 길상사를 짓게하고 죽으며 이를 시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타샤가 누군지와 상관없이 그저 시만 읽어도 꽤나 낭만적이고 사랑이 넘친다.
해방이후의 시는 해방이전의 시보다 양도 많지 않고 내용도 사뭇 다르다. 공산주의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표현되어 있기도 하고, 국영농장에서 일을 할 때인지 '생산 계획', '증산의 결의', '사회주의 건설의 길', '모범농민', '혁명'과 같은 시어들이 대거 등장하여서 앞서 읽었던 향토적이고 낭만적인 시들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시인에 대해 서문과 연보를 통해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상세한 시대상황이나 함께 활동했던 시인들이나 주변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시 또한 작시 연도가 함께 표기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백석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시집이다. 그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