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평점 :
경제위기의 역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 단절을 통해 변화한다. 위기는 병에 걸린 것과 같아서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해서 나을 수는 있지만, 그 후유증이 오래갈 수도 있고 다른 모습으로 재발할 수도 있다.
책은 4개의 굵직한 경제적 위기를 다룬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초 미국 나스닥 폭락의 닷컴버블, 대공황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40년만에 맞는 인플레이션 위기다. 각 위기의 원인, 진행, 결과와 영향을 설명함과 동시에 4개의 위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거대한 위기는 공통적으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안이한 낙관과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로 인해 위기가 도래하였다. 우리의 외환위기는 안정적인 성장 속에서 OECD가입 후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단기외채를 가져다 생산시설 확장에 썼지만, 고베지진으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며 원화 환율이 오르고, 반도체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출이 부진하게 되자 외화를 갚을 수 없게 된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부도가 나고 환율방어로 달러가 소진되는 위기 속에서 IMF에 구제요청을 하게 된다. 미국의 닷컴버블역시 기술주가 이끄는 신경제로 호황이었던 미국 경제가 인텔의 주가가 하락하며 엔론과 월드컴의 분식회계로 국가가 신용을 잃자 나스닥이 폭락하고 경기가 둔화하였다. 글로벌금융위기 역시 글로벌 유동성이 커지고 미국의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호경기가 지속되리라 예상했으나 주택가가 하락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무너지며 파생상품에 연달아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는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로 인해 40년만에 발생한 것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어졌고 급속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를 초래하였다.
위기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기에도 위기를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매우 안정적으로 성장이 오래 지속된다싶으면 외부요인에 의해 충격이 올 경우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낙관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는다. IMF이전 우리가 그랬고, 잘나가던 미국의 닷컴회사가 그랬고, 부동산가격이 끝없이 올라가는 호시절의 미국이 그랬고, 최근 양적완화로 풀린 돈을 회수하는데 늦장 대응을 한 미국의 연준이 그렇다. 지나치기 전에 경종을 울리고 이상징후를 감지해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물론 전문가들의 일이고 정부정책이 필요한 일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노력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인플레이션 상태는 금리가 높고, 물가가 높고, 화폐가치가 낮은 상태이므로 외부요인에 의한 타격이 가해지면, 손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연준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이라는 서로 상반된 목표를 이리저리 잘 조절하면서 2%의 안정된물가상승을 목표로 한다. 금리조절과 정부정책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을 안정되게 유지시켜주거나 위태롭게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만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노력한 모습이 느껴진다. 비교하고 비유해서 설명하고, 앞에서 한 이야기가 산만하지 않도록 정리해준다. 이렇게 빌드업을 충분히 한 설명을 듣다보면 어느새 왜 위기가 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고 큰 그림이 보인다. 읽으면서도 '이 설명은 필요해, 평소에도 궁금했던 내용이야'라는 부분도 많아서 조금 어려워도 그 설명에 집중하게 된다. 뉴스 기사를 가져와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 경제 기사를 읽을 때 어느 맥락으로 읽어야할지 감을 잡게해주니 일석이조이기도 하다.
큰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다면 일독할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