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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평점 :
저주받은 골짜기에 출몰하는 악령에 대한 서스펜스 소설이다.
해리와 사샤는 애완견 대시를 데리고 온통 자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신혼집을 마련한다. 바라던 곳이라 이 곳에 이사왔을 때 둘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웃이라고는 단 두 집뿐인데 그나마 멀리 떨어져있다. 댄과 루시 스타이너부부와 인디언 조와 가족들이다. 70대 노인인 댄과 루시 부부는 이 곳에 봄, 여름, 가을에 악령이 나타나므로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알려준다. 해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 믿지 않지만 사샤는 해리를 설득해 악령에 대비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악령의 존재와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은 제정신으로는 어려워보인다. 일례로 여름에 나타나는 벌거벗은 중년 남자가 살려달라고 느리게 달려 오고 그 뒤에 커다란 곰이 쫓아온다. 이웃집 댄은 곰이 좋은 존재이고, 사람이 악령이므로 사람을 총으로 쏴야한다고 조언한다. 과연 이 조언을 순순히 따를 것인지. 사람을 향해 총을 쏜다는 것이 비상식적이자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계곡의 룰을 따르게 된다. 겨울에는 악령이 쉬는 때라고 했지만 실은 사람을 죽인 사람에게는 그 악령이 보이는 때라고 하는 말에서 해리는 공포를 느낀다.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적 5명을 죽인 해리는 그 악령이 점점 집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본다. 한 달간 지속되는 악령의 괴롭힘에 지쳐갈 무렵, 어느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치는 밤에 사샤는 악령을 대면해보자고 한다.
인디언의 전설 중 하나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인디언 조가 해준 말에 따르면,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 수천 년 전부터 저주받은 이 골짜기에는 악령이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죽임을 당해왔다. 그렇다고 참지 못해 이 곳을 떠나면 이해할 수 없는 변을 당해 죽는다. 한 번 정착해서 계절을 지낸 사람들은 죽기 전까지는 이 악령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악령을 노하게하거나 자극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해리는 해병대출신의 혈기로 자신의 땅에 출몰하는 악령들에게 "내가 이 땅을 빼앗았다"는 말로 자극하고 그로 인해 안타까운 이웃의 죽음을 초래한다. 반면 아내 사샤는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인 악령에 맞서기보다 받아들여 이해해보자고하고, 극적이게도 평화가 찾아온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해리보다 조화를 이루고 살려는 사샤의 태도가 악령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동서양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이자, 미대륙 원주민과 정복자의 태도의 차이로 보인다. 정복보다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어찌보면 두려움에 맞서는 더 능동적인 이해인 것이다.
처음 제목을 보며 이웃과 죽고 죽이는 사냥을 벌이는 내용인가 했다. '죽여야 사는 집'이라는 책 표지 문구가 뭔가 이웃간의 문제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배경이 넓디 넓은 목장에 이웃이라고는 만나기도 어려운 조 가족과 댄 부부라니 뭔가 아리송해진다. 처음엔 댄과 루시의 의아한 조언에 그들을 의심했지만, 제목과는 상당히 다른 전개로 펼쳐진다. 미국의 백인들이 느끼는 원주민 사이에 전해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 내용이고 이웃 사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제목이 내용과 연결지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별 등장하는 악령의 모습이 기발하고 리얼하여서 더운 여름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