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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ㅣ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평점 :
화려한 천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의 머리 뒤로 빨간색과 진한 파란색이 퍼져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궁금해지는 책 표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경시청 앞 빈 건물 1층에 50-60대로 보이는 여성의 시체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로 놓여있다. 괴짜 형사 미쓰야와 젊은 형사 가쿠토가 이 사건을 맡는다. 사망자는 마쓰나미 이쿠코로 밝혀지고, 노숙자로 주소지가 불분명하다. 문제는1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사망자 요시하루라는 남성의 서류가방에서 나온 지문이 이쿠코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두 건의 살인사건, 두 명의 범인이 밝혀져야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두 사건이 연결되어있다. 괴짜 미쓰야 경위는 아주 초기부터 사건의 진범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전혀 의외의 것인 요시하루의 집에 놓여진 꽃꽂이에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세 쌍의 부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쿠토-히로시 부부, 리사-요시하라 부부, 유스케-나루미 부부다. 이쿠토 부부는 가난한데다 아이도 없지만 500엔씩 저금한 돈을 기부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돌연 남편이 죽으면서 이쿠토는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리사는 모든 것을 통제한 남편의 죽음에 남들 앞에서는 슬픈 연기를 하고 있지만, 실은 자유를 느낀다. 딸은 부모님에게 보내버리고, 자신은 인스타에 얼굴없는 행복한 일상을 올리며 불륜남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유스케는 이쿠코의 남편을 트럭으로 친 것에 죄책감을 갖는다. 이쿠코의 남편이 이미 숨진 상태에서 트럭에 돌진한 것으로 무죄로 판명되지만, 아내는 이런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가버린다. 부부간의 연결고리가 가장 강했던 이쿠토 부부는 진심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했고, 이쿠토는 나머지 두 가족과 연결되어있다.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 반전과 사연에 아연실색해진다. 초반에 비해 후반전개가 매우 바쁘다. 이야기를 수습해야하는 시점에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나타난다. 범인이 이 사람일까?를 계속 추측해보지만 마지막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들로 반전의 놀라움을 준다.
현대인의 깊은 외로움과 이를 감추기위해 SNS에 보여주기식 삶을 연기하는 사람들, 타인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이웃주민들, 사람을 점수로 매겨 자신보다 점수가 낮은데 더 잘 사는 여자들에 대한 질투, 상처주는 말인 줄도 모르고 내뱉는 냉정한 말, 자신의 회사만을 생각하는 사장과 같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관계 속에서도 마음의 문을 열어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인물들의 따뜻함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