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4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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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역사와 문학에 그리 익숙치 않아서 '로마노프 왕조'라는 이름도 처음이다. 이 책은 명화를 통해 러시아 역사를 좀 쉽게 배워보면 어떨까해서 선택한 책이다. 그러나 배경지식이 너무 없어서인지 로마노프 왕조가 러시아사의 어느 시기에 위치하는지, 같은 시기 유럽은 어떠했는지 알기 위해 인터넷으로 러시아사를 간단히 익히고 읽어 보며 이해하기 쉽다.

러시아 역사는 의외로 유구하지 않다. 882년 키에프 공화국을 시작으로 약 1100년 정도 된 나라다. 이후 200년간 몽고 지배를 받는 킵차크 칸국을 거쳐, 아들을 죽인 아버지로 유명한 이반뇌제가 변변한 후사가 없어 류리크 왕조가 끝나버리고, 아내의 가문인 로마노프 왕조가 등장하며 이후 300년간 제정 러시아를 유지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소련이 되었다가 분열하여 지금의 러시아로 이어진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류리크 왕조에서 공식적으로 차르에 등극한 이반4세는 이반뇌제라 불리는데, 공포스러운 전제정치를 편 인물로 유명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대드는 아들을 지팡이로 때려 죽인 아버지다.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일리야 레핀의 그림 <폭군 이반과 그의 아들 이반>은 유명하다.

로마노프 왕조에서 눈에 띄는 차르는 러시아의 영토확장과 서구화를 추진한 표트르 대제(1632-1725 재위)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차르다. 18세기 예카테리나 1세를 비롯한 여러 여제들과, 19세기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에 수비전략으로 승리한 알렉산드로 1세(1801-1825 재위)는 변방의 무시받던 러시아를 영국,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의 강국으로 부상시킨다. 그의 아들 니콜라이 1세는 공포정치로 러시아의 암흑기로 기록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에 러시아의 문학, 음악, 회화가 부흥한다. 투르게네프,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차이콥스키, 화가 레핀과 같은 예술가들이 이 시기에 활동했다. 민중의 대부분이 왕조 내내 농노의 신분으로 빈민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렉산드로 2세가 해방을 선언하지만 위로부터의 개혁이 그렇듯 제대로 되지 않아 분란과 차르 암살로 끝난다. 표지의 인물인 알렉산드로 3세는 가정적이었다는 것 외에 큰 업적은 없는데 굳이 표지 모델로 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그의 아들 니콜라이 2세는 일가족 암살을 당하며 로마노프 왕조가 막을 내린다.

"로마노프왕조의 역사는 남동생이 누나를, 남편이 아내를 유폐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죽여 이루어진 역사이기도 했다(143)" 절대 권력자 차르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알력과 반대파 숙청 혹은 유배와 같은 일은 역사 속 어느 왕조에서나 보이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러시아의 경우 신비주의를 품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죽었던 드미트리가 여러번 등장해 차르를 하고,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가 '신과 같은 인간' 라스푸틴에게 의지해 나라를 말아먹는 것이 그렇다.

300년간 지속된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는 아주 작은 공국에서 시작되었던 러시아를 현재의 영토로 확장했다는 것과 유일하게 나폴레옹을 상대로 이겼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화려한 왕조의 삶과는 산업의 발전은 느렸고, 농노는 비참한 생활을 유지하였다는 점이 안타깝다. 유럽이 계몽주의를 내세우며 자유 평등을 외칠 때도 러시아는 절대왕정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농노제를 유지하다가 그 한계에 이르러 결국 왕조가 몰락하며 농노들이 해방될 수 있었다.

러시아 역사를 이미 알고 있다면 명화에 주목하며 읽으면 좋겠고, 러시아사를 처음 접한다면 이야기를 따라 가며 명화를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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