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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평점 :
앙투안 로랭(1970~ )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기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골동품 열쇠 수집가로 일하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2007년 데뷔작인 <만약에>로 드루오상을 수상하였고,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2012)>과 <빨간 수첩의 여자(2014)>로 유명하다.
이 책은 출판사에 전달된 익명의 소설과 소설에서 묘사된 형식으로 살해된 살인사건의 관계를 파헤치며 익명의 저자가 누구인지,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추리소설이다.
편집자이자 원고 검토부의 책임자인 비올렌은 병원에서 비몽사몽간에 깨어난다. 비행기가 두 동강이 나는 사고로 28일만에 깨어난 그녀는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부분적 기억상실에 걸린다. 한편 원고검토부에서 선정한 작품인 <설탕 꽃들>이 콩코드상 후보로 오르게된다. 4명의 남자들로 성폭행 당해 생겨난 아이가 가해자들을 죽인다는 내용인데, 소설에서 묘사한 방식대로 1년 전 두 명의 남자가 살해되었고, 다시 세 번째 남자가 살해당한다. 경찰은 AI를 통해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낸다.
이야기는 절반이 지나도록 비올렌과 그녀의 일인 원고 검토에 관한 이야기만 나온다. 소피 경위가 등장하며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독자는 조심스레 추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설탕 꽃들>이 콩코드상 후보로 오르면서 저자를 밝혀야하는 상황의 초조함과 세 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양방향으로 진행되며 그 중심에 비올렌이 있다.
이야기의 흐름에 개연성이 좀 부족한 듯하다. 모두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게끔 이야기를 발전시켜놓고 정작 범인은 AI가 지목한,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 용의자가 된다. 또한 두 경찰이 발로 뛰고 스스로 알아낸 정보에 의거해 범인을 추적하는 고생을 하지만, 헛다리만 잡는 구성도 엉성하다. 주인공인 비올렌의 비중이 대부분이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매우 낮은 것도 아쉽다.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독자로서 추리를 해 나가기에는 소설이 주는 정보가 적은 편이어서 추리게임을 즐기기에 좀 약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중간중간 반전이 흥미롭다. 1부 말미에 휘몰아치는 비올렌에 대한 과거는 의외여서 조금 놀랍기도 하고, 2부에서 본격적으로 비올렌의 과거와 형사들의 사건정보 수집 활동이 전개되며 추리소설다워진다. 비극적인 삶 속에서 따뜻한 결말로 매듭짓는다.
프랑스 작가의 추리소설이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