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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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믿지 않아도 종교 건축물에 들어가면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성당은 엄숙하고 기독교는 비교적 활달하고 절은 조용하다. 절이 산 속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도를 닦는 수련장처럼 정갈하고 차분하다. 절에는 다양한 건물과 여러 부처님상이 있는데 갈 때마다 그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주는 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좀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으려나.

저자 목경찬님의 책은 이미 몇 권을 읽었기에 신간이 반가웠다.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게 스토리텔리을 강화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책은 3부로 되어있다. 돌부처 이야기,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 사찰 속 숫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부처상은 생긴 모습도 다르고 시대에 따라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이름을 갖기도 하고, 생긴 모습에 따라 별명도 있다. 잘 생겨서 장동건 부처라는 경주 남산 보리사 부처님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무섭기만 한 사천왕상 중 한 분은 채소바구니를 들고 계셔서 의외이기도 하고, 얼굴 색이 희고, 붉고, 파랗고, 검은 장성 백양사의 사천왕상의 모습도 음양오행의 색을 상징한다는데 꽤 이색적이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발을 들고 서 있는 마곡사 사천왕상과, 무서운 사천왕상 발 아래는 시대에 따라 탐관오리, 청군사, 왜군사, 음탕한 여인이 깔려있다. 봉국사에 계시던 약사 부처님이 태조 이성계의 건강이 회복되자 시냇가에 앉아 계시다가 멀리 흥국사로 가시겠다고 몸을 옮기셨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열두 동물과 얽힌 법담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믿겨지지 않고 신기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 동물 중에서 소에 관련한 법담 몇 가지를 들어보자. <법화경>에서 불타는 집의 비유에 나오는 소가 끄는 수레는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수행자를 의미한다. 중생과 함께 불도를 이루고자 한다. 사찰의 외벽에 그려진 심우도는 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것인데, 수행자가 본성인 불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지나치게 시주물에 욕심을 내면 중이 소가 된다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잿더미만 남은 갑사에 소가 나타나 필요한 재료를 실어다 주며 열심히 일하고는 절이 완성되자 죽자 이를 기리기 위해 공우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원숭이는 부처님의 전생 가운데 하나였다고 하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절에는 다양한 원숭이 이야기가 등장한다. <본생경>의 '악어의 전생 이야기'는 원숭이의 심장을 원하는 악어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별주부전이 되었다고 한다. <서유기>의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호법신장의 역할을 하는데, 삼장법사와 함께 성불하며 끝난다. 우리나라 경천사지 10층석탑과 원각사지 10층석탑의 기단부에 서유기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는데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다. 원숭이라면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의 처마 네 모퉁이를 받들고 있는 조각상이 유명하다. 포악한 나찰이라는 소리도 있고, 불이 나면 빨리 끌수 있는 원숭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목수의 아내이거나 주막집 여주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숫자도 하나하나 설명한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일주문의 의미와, 33계단, 부처님의 일생을 8개의 그림으로 그린 팔상도, 고집멸도의 사성제, 육바라밀과 십바라밀, 108번뇌, 10의 61승 시간인 무량억과 겁의 시간이 합쳐진 무량억겁의 시간은 영원한 시간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한자어로 되어있는 불교 용어를 친절하게 한글자 한글자 떼어 설명해준다. 예를 들자면, 팔상전은 부처의 일생을 8장면으로 그린 탱화를 모신 법당인데, 팔은 여덟이란 뜻도 있지만 깨뜨리다는 뜻도 있다. 상은 고정관념을 뜻하니 팔상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라는 뜻이다.

사찰을 방문하면 구석구석 살펴보고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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