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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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의 기후변화가 대제국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요소였다면, 인간의 활동이 만든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인류의 존속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더한층 심각하고 위협적인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266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이 지리의 관점에서 문명과 세계사를 보는 독특한 관점이었다면, 이 책은 기후의 관점에서 세계사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책은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로 어떻게 인류가 이동을 시작하고 문명을 이루었는지, 왜 어떤 지역에는 문명이 발달했는데 다른지역은 그렇지 못했는지, 기후위기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본문에서 다룬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기후변화 연표는 책 말미에 정리해두어서 간단히 살펴보기에 좋다.

전근대 시기에 기후가 문명의 성쇠를 좌우했다. 문명이 생겨나려면 온난습윤한 기후, 농업생산성의 비약적인 확대, 군사력 강화와 제국 건설의 순으로 진행된다. 중국의 한나라와 로마제국이 이러한 발전과정을 밟았다. 반면 언제까지나 흥할 것 같았던 이러한 제국들도 기후의 한랭화, 농업생산성 감소, 군사력 약화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한나라아 로마의 차이점은 중국은 한 이후에도 분열을 거치다 통일 국가를 이루었지만, 유럽은 로마의 멸망이후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아닌 다양한 국가로 나누어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연적인 기후의 변화에 따라 인류가 영향을 받았으나 산업혁명이후에는 인류가 인위적인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의 사용 급증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온실가스농도의 증가는 인류가 1만년간 배출한 가스의 3~10배에 달하고, 지구의 기온도 산업혁명 전 1만년간 0.8도 오른데 반해 산업혁명이후 200년간 0.6도나 상승하였다. 2100년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1.8~4도 오르면, 수면의 상승으로 해안 도시와 섬들이 물에 잠기고,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사막면적이 확대될 것이라 예측한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지구 자체존속의 문제이므로 국경을 뛰어넘어 전 인류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하는데 각국의 이익을 위해 협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문명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고립이라는 요인은 왜 현생인류의 조상인 남부 아프리카인들이 문명을 일으키지 못했는지를 설명한다. 지구기온이 낮아지며 사하라사막에 비가 내려서 초원으로 바뀌자 인류의 조상이 이동을 시작하였지만 그 곳에 남은 인류는 사하라가 사막화되면서 고립되었고 문명을 개화시키지 못했다. 반면에 말을 타고 동쪽 끝에서 서쪽까지 거대한 정복지를 이룬 징기스칸은 몽골을 통일하고 기후의 변화로 척박한 스텝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인구와 경제력, 군사력이 크게 성장하면서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세계 제국을 이루었고, 역시 말을 이용한 유럽인들도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현종 재위기인 1670년과 다음해에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기근인 경신대기근이 있었다. 기근에 전염병까지 번져 조선이 생지옥으로 변했다. 그러나 대기근에서 벗어난 후 조선은 화폐경제로 변모하고, 노비계층에서 막대한 사망자가 나오자 상공업에 종사하는 계층이 증가하며 신분제 동요가 일었다. 대기근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조선사회가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통찰이 감탄스럽다.

이러한 기후극복의 예는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된 사실을 설명한다. 소빙기는 중세말부터 19세기까지 유럽 전역의 기온을 낮추었다. 농사, 축산업, 여러차례에 걸친 흑사병 외의 전염병으로 삶이 어려워지고, 르네상스에 귀족들은 화려한 생활을 반면 민중은 굶주림, 질병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야했다. 16세기 이후 신대륙 찾아 떠나며 멕시코와 남미, 북미에 식민지를 개척하였는데, 신대륙에서 가져온 감자는 밀에 비견되는 유럽인의 주식이 되었고 인구증가를 통해 제국주의 열강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빙기가 끝나는 19세기 초중반에는 유럽 열강이 중국, 인도 등 비유럽 세계의 강자를 압도하였고, 18세기 말에 시작한 산업혁명과 소빙기에서 벗어난 19세기말~20세기 초반은 제국주의로 유럽중심의 세계질서를 만들게되었다.

기후의 관점에서 4대 문명과 한, 로마, 몽골 제국과 같은 문명의 생성과 소멸, 동서로 긴 유라시아의 교류를 통해 인류가 더 발전한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왜 온난습윤한 특정 지역은 발달하는데 건조하거나 춥거나 너무 더운 곳의 발달은 없었는지, 서로 교류하지 않고 고립되면 멸망할 수 밖에 없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기후로 세계사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시간이면서 인위적인 기후위기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두려운 시기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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