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고전을 소개하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이방인'이다.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다시 받아 보니 이렇게 얇았나? 하는 느낌이다. 작가 연보까지 합해도 200여 쪽이다. 현대지성의 책은 고전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삽화를 넣어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특히 칼라풀한 삽화가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인이지만 식민지인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포도농장 노동자였고 어머니가 스페인계의 하녀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가난하게 자랐다. 부조리를 대표하는 <이방인>과 반항의 <페스트>, 사랑의 미완성 소설 <최초의 인간>이 있다.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뫼르소는 가는 길에 졸음이 오고 피곤하다. 마지막인데도 엄마의 시신을 보지 않겠다 하고, 엄마가 없었다면 즐겁게 산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례식에서 돌아온 뫼르소는 마리와 잠자리를 하고, 이웃집 레몽과 친구집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즐긴다. 해변에서 레몽의 여자친구의 오빠가 포함된 패거리와 맞닥드려 레몽이 부상을 입는다. 뫼르소는 해변가를 걷다가 아까 그 패거리 중 한 명을 발견하고는 총으로 쏘아 죽인다.

마음과 행동이 서로 맞지 않는 부조리한 사례를 여러 군데에서 만날 수 있다. 먼저 뫼르소는 장례가 끝나고 돌아와 마리와 잠자리를 하고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리가 결혼하자고 제안하자 사랑하지는 않지만 결혼하겠다고 대답한다. 사랑하지 않는데 왜 결혼에는 응하는 것일까? 부조리하다. 또한, 뫼르소의 주변인물로 개를 학대하는 살라마노 영감과 여자친구를 때리는 창고지기 레몽이 있다. 이들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나이스하지 않다. 언제라도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결국 개가 사라지자 영감은 울고, 떠나버린 여자친구에 레몽은 속이 상한다. 부조리하다.

무엇보다 사건의 내막을 아는 독자로서는 뫼르소가 고의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데도 검사는 살인이 계획적이었다고 꾸며내고 뫼르소가 냉혈한이자 부도덕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배심원을 설득해 사형판정을 받게하는 것이 가장 부조리하다. 뫼르소도 말하지만, "살인죄로 기소당한 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당한다"는 것은 법정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사건에만 집중해서 판결을 내야 앞뒤가 맞는데 범죄보다 용의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의해 형이 정해진다. 마지막으로, 부속사제는 자신의 설득이 먹히지 않는 뫼르소에게 화를 내는데, 이또한 부조리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모든 죄인들은 신에게 용서를 빌고 귀화'한다고 믿는 사제를 위해 신을 부정하는 뫼르소가 신념을 바꿔야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뫼르소라는 인물은 어찌보면 천하의 불효자이자 살인에도 눈깜작하지 않는 냉혈한으로 보이겠지만, 어찌보면 해탈한 철학자같기도 하다. 사회화가 된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들을 보이고 그에 대한 변명조차 하지 않는 뫼르소를 보며 조리가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남을 위해 나를 바꾸지 않는 뫼르소의 일관성을 통해 일반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보이며 사는지 그 부조리가 이해되기도 한다.

사회화라는 것이 부조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으로는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하고, 하고 싶지만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절히 사회화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부조리를 참지못하고, 법망에 걸리는 죄를 지었을 때는 사회에서 쫓겨나는 일밖에 없겠다. 어려웠던 부조리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