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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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통일에 관한 전문가를 모실 때 등장하는 분이다. 낮은 목소리로 직선적으로 말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통일부 장차관을 역임하였는데,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중국 외교관련 정치학 박사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국익에 맞는 외교를 강조하는 정세현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책은 5부로 되어있다. 국제정치의 세계, 팍스 시니카 이후 서구 세력의 등장과 팽창하는 일본, 미소 냉전시기의 국제정치, 미국 일방주의 시대, G2로 올라선 중국과 선진국이 된 한국, 21세기 G2시대, 다시 격동하는 국제질서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보자면 미국이 최상부에 있고 넘버2로 동쪽에는 일본, 서쪽에는 영국이 있다. 그 밑에 넘버3, 4쯤으로 동쪽에는 한국, 서쪽에는 프랑스, 독일이 있다. 세계는 60년 이상 이런 피라미드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117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위치는 미국 아래 일본, 그 아래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변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힘이 빠지고 있고,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미국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일본도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를 빼앗긴 후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추격 중이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에 인사를 하러가고, 미국의 눈치를 보는 '사대자소(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보살핀다)'의 태도를 접고 좀더 당당하게 주고받는 외교로 바뀌어야한다.

"때때로 정책가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국가이익보다는 여론에 휘둘리거나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는 잣대에 따라 일하려는 경우를 보는게 그러면 실패한다. 내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국 중심성이고 실용 외교다."133

저자가 강조하는 자국 중심의 실리외교는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지만, 러시아는 핵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얕잡아 침략했고, 미국은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적 봉쇄와 외교적 고립 정책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통일에 관해서라면,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났던 때에 통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장미빛 희망이 있었는데,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가 뒤집으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핵포기가 먼저냐 평화협정이 먼저냐로 미국과 북한은 타협하지 못했고, 한반도의 불안은 미국에게 무기를 팔 기회이기에 쉽게 남북한의 의지와 상관없이 통일의 길은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의존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당장의 통일보다 현실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한다.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이승만이 6.25때 미국에게 넘긴 전시작전통제권을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댓가로 찾아오기로 했는데, 아직 받아오지 못하고 있다. 휴전인 상태인 우리에게 전시작전 통제권은 자주국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통제권이 미군사령관에 있는 현재는 미군 2만8천명이 65만 한국군을 부하처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미국에게 한국은 북한 때문이 아니라 중국 때문에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이 짜놓은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이 팍스 시니카의 부활을 꿈꾸며, 2049년에는 미국을 누르고 G1이 되겠다고 한다. 일본 역시 미국이 힘이 빠지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일본몽을 꾼다.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할지? 국제관계에서 우리편은 없다. 미국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해야한다. 미국에 '노(No)'할 수 있고, 우리의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고, 눈치만 보지 말고 하나 주고 하나 받을 줄 아는 전략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며 노선이 달라지는 통일문제에 관해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해보인다.

통일뿐 아니라 국제관계의 속성에 관한 통찰로 가득찬 책이다.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처신해나가야하는지 알기 위해 꼭 일독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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