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희망의 끈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히가시노 게이코의 2019년 작이다. 한국에는 올해 번역된 작품이다. 가가형사와 사촌동생 마쓰미야 형사가 함께 등장한다. 이야기는 카페 여주인 살해사건과 마쓰미야의 부친과 관계된 사건 두 갈래로 진행된다.

사람들의 평판이 너무 좋아 원한을 살만 한 사람이 없어 보이는 야요이 찻집의 여주인이 등에 칼을 맞고 죽은 채 발견된다. 형사들은 죽은 여주인의 전남편을 비롯해 여주인과 가까이 지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보지만 이렇다할 근거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살인 사건의 범인이 일찍 밝혀진다. 범인이 밝혀져도 범죄의 동기가 시원치않다고 느끼는 두 형사는 배후의 비밀들을 밝혀 가며 이 사건을 마무리한다.

한편, 마쓰미야 형사는 어릴 때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계시고, 자신이 그 딸이라는 여자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료칸을 운영하는 아야코라는 여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유언장을 미리 읽고 아버지가 평생 간직한 비밀인 혼외 아들이 있음을 알게 되고 임종 전에 아들을 아버지와 만나게 해준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이혼하는 커플의 아픔과 아이가 없어 버려지게 될까봐 두려운 여성의 심리가 안타깝다. '멋진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살인이 안타깝다. 말한 사람은 아직 젊은 나이이므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알아보라는 의미로 들었으니 같은 말을 이렇게 왜곡해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 안타깝다. 따져 물었다면 좋았을 것을. 자신이 없었던 청자는 지레짐작으로 두려움으로 죄를 지은 것이 안타깝다.

부모 대에서 이루어진 비밀이 거대하지만 자식들은 의외로 쉽게 받아 들인다. 마쓰미야 형사의 경우처럼 엄마가 모든 것을 충분히 설명해준다면,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모나의 경우처럼 혼자 의심하던 여러 상황을 아버지가 긴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해를 풀고 이해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힘든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하는가에 있지만 일단 용기를 낸다면 어려워 보였던 문제들이 잘 풀리게 된다.

'희망의 끈'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 부모와 자식 간에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의미같다. 충격적인 반전과 비밀이 중후반에서 펼쳐지면서 단숨에 읽어낼 수 있다. 자극적인 살인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결말을 받아들이게 하는 이야기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한 편 더 읽게 되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