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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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세계28위, 국가경쟁력 세계 31위, 디지털 기술력 27위, 남녀평등지수 116위.

이 나라는 선진국인가, 아닌가. 오늘날 일본의 현주소다(18)."

코로나를 겪으며 일본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늦어지는 위기대응, "일본은 괜찮다"는 안이한 사고방식, 선진국들이 앞다퉈 만들어내는 백신생산의 대열에도 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진국인가 의심스러운 경제 성적표와 함께 흔들리는 일본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이 책에서는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이 취재와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책은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일본의 경제, 정책, 산업, 인구를 분석한다. 일본이 버블경제이후 얼마나 추락했는지, 잃어버린 30년을 일으킨 일본 정부의 패착은 무엇인지, 일본 대기업들이 무너져 내린 이유를 추적하고 마지막으로 일본이 흔들리는 근원이 저출산, 고령화에서 시작됐다는 인구문제를 다룬다. 각 장마다 일본이 위기대응에 실패한 원인과 현재 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다루지만, 우리의 상황 역시 그리 밝지 않음을 지적한다.

일본은 1980년대 버블경제가 꺼지며 지금까지 30년째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경제를 살리고자 아베노믹스(2012년~)부터 시작된 금융환화로 시장에 엄청난 돈이 풀렸으나, 예산의 60%가 사회보장비와 국채상환비로 책정되어 있어서 성장전략을 시행할 자금이 부족하다. 미국과 중국이 스피드와 혁신의 디지털화를 진행하던 시절에 일본은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고수하는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패착이다. 기업이 정부의 엔화약세 정책으로 개혁없이도 실적을 올렸고, 법인세를 낮추고 그 부담을 소비세 증가로 채워줬는데도 투자와 임금상승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에서 2021년말까지 23년동안 한국인의 급여가 58% 느는 동안 일본은 10%줄었다. 국민들은 아껴쓰며 현금과 예금에 돈을 묻어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가계의 경제가 뭔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답답한 상태다.

이 중에 개혁을 시도한 기업의 예로 소니의 전기차 시장 진출과 도시바의 기업분할을 통한 개선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현대의 스피드하고 혁신적인 세류에 올라탄 소니는 애플처럼 자동차를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전기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 도시바는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복합기업인데 기업분할을 통해 매출액은 적어지지만 이익은 상승하고 좀더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변모하게 된다. 도시바의 분할이 성공한다면 이는 한국의 삼성전자나 LG전자를 추격할 수 있다니 우리에게 위협적인 일이 되겠다. 우리의 재벌 역시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맥이 빠지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본에 대해 어쩌려고 이렇게 대책이 없는 것일까하는 걱정이 생긴다. 그러나 마지막 장의 하라다 유타카 교수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더 대책이 없음을 실감한다. 여전히 아베노믹스를 옹호하고, '일본은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와 보여주기식 숫자(낮은 물가상승률, 낮은 실업률, 지속적인 성장률)에 집착하고 있다. 하라다 교수는 한국이 일본을 여러 면에서 역전한 원인이 엔화절상과 원화 절하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간단할까? 사실 주요 원인은 지금까지 이 책에서 설명해온 일본의 디지털개혁 실패, 예산의 60%를 차지하는 사회보장비와 국채상한비, 현금과 예금을 선호해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국민, 환율이익으로 쌓아둔 유보금을 R&D 투자나 임금상승에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교수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합리화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잃어버린 50년을 향해가는 지름길이 될 듯하다.

일본의 현재와 미래는 엔저 후유증, 헛발질하는 정책, 휘청이는 산업, 무기력한 사회로 요약된다. 일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할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어 경각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업데이트된 기사를 계속 보고싶어서, 저자의 한경 기사와 유튜브도 구독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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