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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평점 :
세계사 시대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화학의 발명을 이야기한다.
책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46억년 전 우주탄생부터 선사시대, 고대문명, 지중해 세계의 형성, 로마제국시대, 로마제국 멸망과 이슬람 세력의 발흥, 몽골제국과 이슬람제국 시대, 르네상스, 신항로 개척시대, 과학혁명, 18세기 산업혁명과 시민혁명까지의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시대에서 신항로 개척이후 전 세계로 넓혀가는 서양중심의 세계사가 중심이다. 중국의 발명품도 중간중간 소개되기는 한다.
일반 세계사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지구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구는 생물의 생성과 멸종을 반복하며 차츰 안정된다. 놀랍게도 고대생물에게는 바닷속에서 남세균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산소가 독성으로 작용해 모든 생물이 멸종되었다. 다행히 산소의 독성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생물이 생겨나고, 이후 모든 동물의 조상이 출현하는 시기인 캄브리아기가 도래한다. 그러나 지구는 소행성의 충돌로 다시 생물의 70%가 멸종하고, 다시 700만년 전 이족보행을 하는 아프리카 원인이 생겨난다. 이 원숭이가 화식으로 풍부한 영양을 섭취해서 뇌가 커지며 인류의 진화가 시작된다.
인류 최초의 도구가 3만 년 전에 만든 '재봉바늘'이라고 하는데, 소소한 물건이어서 의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지금도 바늘을 사용하고 있으니 바늘의 긴 역사에 놀랄 뿐이다. 이 재봉바늘은 혹한지에서 모피 방한복을 꿰매어 한파를 이기는데 썼을 것이고, 동물의 뼈로 바늘을 만드는 과정과 모피를 꿰매는 과정에서 언어의 발달을 촉진시켰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러한 지적작업이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잘 못 알고 있었던 사실도 바로 알게 되었는데, 아라비아 숫자는 아랍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인도인이 개발한 인도숫자를 이슬람 세계에서 아라비아 숫자 시스템(0-9까지의 숫자를 조합하는)으로 발전시켜 유럽과 세계로 전파시킨 것이다. 또한, 아랍인들의 문화가 상당히 발달해있었고, 추후 르네상스 문화를 일으키는데 필요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 수학, 수력학 등의 자료 사본을 도서관에 보관한 것도 이슬람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르네상스가 서유럽인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슬람 세력의 도움이 있었던 것이다. 상세한 내용을 알고 나니 이슬람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
커피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슬람교도가 마시는 '악마의 음료'에 대해 유럽의 성직자들은 이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유럽에 널리 퍼져나가게 된다. 그 이유는 이를 마셔본 교황이 그 맛과 향에 반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커피 한 잔을 내릴 때마다 원두 60알을 사용한다는 규칙을정해놓았다는데 꽤 많은 양인 것 같다. 볼테르는 하루에 커피를 72잔이나 마셨다는 기록도 있고, 커피하우스는 사교뿐 아니라 중요한 일을 논의할 때 사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런던의 한 커피하우스에서 집필되었다. 그리고 커피가 보급되기 전에는 남녀노소가 안전하지 못한 물 대신 맥주를 마시며 살았다는 사실도 놀랍다.
듀폰사를 세운 듀폰은 스승이자 근대화학을 확립한 천재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단두대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미국으로 망명해 세운 회사다. 흑색화약을 제조하는데 성공해서 당시 광산과 운하 건설에 필요한 화약을 대량 공급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남북전쟁에 총과 대포에 필요한 화약을 북군에 공급해 거대기업으로 자리잡는다. 20세기에는 나일론, 테플론, 아라미드 섬유, 폴리이미드 수지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원자폭탄 개발 및 제조에도 관여하고, 세계 1,2차대전과 그 이후 온갖 전쟁에서 무기, 핵무기 소재와 원료를 생산한다. 나일론 스타킹으로만 알고 있던 이 회사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어 반갑다.
세계사에서 화학이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세계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고 싶다면 읽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