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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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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MIT공대 출신에 경제신문에 재직 중인 사람이고, 역자가 SK하이닉스 일본 법인에 근무하는 사람이다. 반도체에 관해 설명하고 번역하는데 이보다 더 이상적인 조합은 없을 듯하다.
저자는 반도체가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긴밀하게 연관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트럼프는 케네디가 만든 무역정책 232조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경우 무역에 개입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부활시키며,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했고, 현재 바이든의 반도체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에 금수조치를 내리고, 자국에게 약한 파운드리 부분을 강화시키기 위해 대만의 TSMC와 우리의 삼성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애리조나 피닉스에 공장을 짓기로 합의하고, 칩4동맹에 합류할 것을 한국에 압박한다. 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이고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다.
아베가 한국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화학제품 3품목 수출관리 제한조처를 취한것은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232조와 다를바없다. 반도체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의 소부장 자립화에 박차를 가했듯, 미국의 압력은 중국의 제조장치 업체들의 기술개발 속도를 재촉시켰다고 한다. 통찰력있는 지적이다.
일본의 반도체는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다했을 때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19년부터 도쿄대-TSMC간의 연구개발이 시작되었다. 반도체 생산을 몇 개의 기업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제조할 수 있도록한다는데 향후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하다. 게다가 소재에 강한 일본이 파운드리까지 확장하며 부활을 노리고 있으니 두고볼 일이다.
각 나라가 잘하는 분야를 수출하는 반도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이제는 미국이 모든 과정을 자국 내에서 시작하고 끝내려고 한다. 자유무역으로 윈윈하기보다 보호무역으로 배타적 우위를 가지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이 지구의 자원낭비라고 비판하는데, 일본으로서도 TSMC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내로남불인가? 한편으로 미국은 G2가 되어버린 중국의 위협을 어떻게든 견제하려는 오랜 전략으로 반도체 보호주의가 필요해보인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한국이 미국이 요청하는대로 핵심기술정보를 다 미국에 주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글로벌체인에서 미국이 약한 부분인 파운드리에서 대만과 한국의 기술을 능가한다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리있는 말이지만, 설마 기밀을 다 줄지 의문이다. 반도체가 경제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의 문제라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미국의 압박을 현명하게 피해나가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