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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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유명 작가들이라는데 일본 문학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로서는 그 외의 작가들은 낯설다. 작가 소개를 보니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사람들이다. 수필이 짧은 것은 한 장이고, 보통은 5장을 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거의 시에 가깝지 않을까싶다.

자기 집 주위를 걷거나 자연속을 걷거나 외국의 거리를 걸으며 이것 저것 보이는 것을 묘사하고, 생각을 적은 글이다. 20세기 중반 근대의 일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어묵과 문어다리를 파는 노점상, 유원지, 야시장, 양갱파는 젊은이로 북적이는 거리, 전차, 붉은 우편마차, 공원, 인력거꾼들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교토는 이삼일 내로 분주하게 돌아볼 생각이아니라면, 정처 없이 산책할 작정으로 탈것을 타지 않고 발길 가는대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야 제맛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웅장한 절과 고요한 땅이 자꾸자꾸 나타난다."47

<겐지이야기>에 나오는 왕과 간렌스님의 바둑내기 이야기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이야기> 교토의 명소편에서 간렌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반갑다. 정말 교토는 절과 신사가 많은가 보다.

<라쇼몽>으로 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요절한 천재 작가인데, 소세키가 <코>를 극찬하면서 유명해졌다. 그의 글은 물론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수필들이 함께 실렸다. 구보타 만타로는 류노스케의 글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자살하기 한 해 전에 그를 만난 이야기를 안타깝게 써내려간다. 가타야마 히로코 역시 14살 아래인 류노스케와의 우정을 언급하며 그를 그리워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사이토 미키치는 류노스케에게 수면제를 처방했다가 그가 자살해서 은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모스크바 등지에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지하묘지>를 쓴 요사노 아키코의 글이 쉽게 잘 읽힌다. 호기심 많은 남편의 부탁으로 함께 파리의 지하묘지 카타콩브를 간다. 입구에서 촛불을 들고 해골과 팔다리뼈를 쌓아놓은 지하 굴을 걷다보면, 900미터 가량 지나 출구가 나온다. 시큰둥했던 저자가 유쾌한 경험이라고 하니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수필은 평소 느끼고는 있지만 표현을 하지 않던 것들을 만나게 되서 반갑다. 미요시 주로의 <걷는다는 것>이 딱 내 생각이다. 뭔가 복잡한 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산책을 나가서 한동안 걷다보면 풀리는 경우가 있다. 미요시 역시 "그렇게 두세 시간을 보낸 뒤 문득 깨닫는다. 머릿속 혼란이 가라앉거나 마음속 피로가 풀렸음을(137)" 이라고 표현한다. 잠시 관계로 복잡하든 일로 복잡하든 그 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행도 의도적으로 무엇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는게 아니라 그저 갔다오면 마음이 비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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