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id our part, so now the ball is in their court.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했고, 이제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위 문장에서 "the ball is in their court"(그들이 하기에 달렸어)가 금방 이해가 가는가? 그냥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이디엄은 이렇게 아주 쉬운 단어들의 조합인데 여러번 읽어도 의미를 유추하기가 어렵거나 유추한 것과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줄곧 그냥 외워왔다. 현지에서 살고 있지 않은 외국인인 우리로서는 이 말의 유래나 문화적 배경을 알면 금방 이해한다. "the ball is in their court"는 테니스 경기에서 시작된 이디엄이다. 테니스 경기 중 공이 한 선수의 코트로 들어가면, 그 선수가 취하는 액션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여기에서 이 이디엄의 뜻이 "~의 결정에 달려있다, ~가 맡을 차례다, ~의 책임이다"와 같이 해석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이디엄 125개를 회화문 속에서 소개한다.
처음 QR코드를 찍고 어느 정도 수준의 회화인가 들었는데, 말의 속도하며 말밥이 상당히 많아 조금 당황스럽다. 보통의 이디엄 책처럼 하나의 이디엄과 뜻을 제시하고 간단한 예문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그냥 말만하지 말고 속말을 전해 보세요."라는 캐치 프레이즈처럼, 원어민과 길게 대화할 때 흘려듣지 말고 이디엄까지 챙겨듣거나 나아가 내가 써먹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다.
구성이 독특하다. 보통 소개할 이디엄을 앞에 배치하고 예문을 한두개 제시하며 우리말 설명이 긴 교재가 많은데 이 책은 이디엄을 포함한 회화를 먼저 제시하고, 본문 속에 있는 5개 이디엄의 뜻을 소개한다. 역시 비교적 긴 예문과 함께. 그리고 쉬어가는 코너 비슷하게 Vocabulary point, Culture point, Grammar point를 덧붙이는데, 제시된 회화에서 설명이 필요한 어휘, 문법에 대한 설명과 어느 상황에 쓰이는 표현인지에 대해 덧붙인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회화체 문장을 만드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대단하다.
한개의 Lesson에 3개의 unit을 포함시켜 5개의 이디엄을 3번씩 반복할 수 있다. 물론 unit마다 다른 내용의 회화이고 이디엄의 순서도 섞여있어서 또 다른 맥락에서 해당 이디엄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니 좀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부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는데 회화위주이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번 듣고 소리내어 읽는 것을 강조한다. 회화의 속도가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속도감을 익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나 싶은 교재다. 시리즈로 3권째인데 앞의 두 권이 어떤지 살펴보니 구성이 같다. 한국인과 미국인 교수의 알찬 협업이라는 생각이다. 내용도 분량도 충실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 책 한 권이면 125개의 이디엄을 익히는 것은 물론, 빠른 속도의 듣기와 말하기 연습도 겸할 수 있어 일석이조일 것이다.
중고급이상의 영어 학습자가 보기에 좋은 책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