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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룰렛 - 중국공산당의 부, 권력, 부패, 보복에 관한 내부자의 생생한 증언
데즈먼드 슘 지음, 홍석윤 옮김 / 알파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중국에서 정치는 부를 이루는 지름길이었다." (278)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중국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실종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12)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 자본주의를 인정한다. 서로 조화를 이룰 것 같지 않은 두 이념이 어떻게 공존하는가? 정치가 압도적 우위에 있고, 경제는 그 영향을 받는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의 정치체제를 제대로 이해해야하는 이유다. 공산당 고위급 원자바오 총리 아내와의 꽌시를 업고 사업을 하던 저자의 전처가 사라졌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자는 상하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홍콩과 미국에서 공부한다.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본토에서 아내를 만나는데, 평범한 회사원인 저자에 비해 아내는 원자바오 총리의 아내를 업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중국 비즈니스 방법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아내로부터 배우는 저자는 점차 꽌시로 이루어지는 투명하지 않은 경영방식에 갈등한다. 거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물류거점을 건설하고, 호화로운 불가리 호텔과 비즈니스 센터를 건립하는데에 공무원들의 승인을 위한 접대와 선물공세, 해외여행 등이 이뤄진다. 그들의 승인이 없이는 아무일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투명한 법과 절차가 없기 때문에 꽌시를 통해 일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위로부터 일선 공무원까지 뒷돈을 챙긴다. 구조적으로 잘 못되어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 밖에 없지만, 쉽게 고쳐질 것 같지는 않다. 어찌보면 개인의 능력대로 부를 끌어모을 수 있는 신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다.
특히 중국 지도자의 자녀들은 세상 어느 그룹보다 혜택을 누리며 산다. 정치적 연줄을 팔아 막대한 부를 챙기고 해외에 자신의 부를 보관한다. 사치스럽고 호화롭게 살면서도 부정부패척결의 대상에서도 예외가 된다. 중국은 인민을 위하는 공산국가가 아니라 정경유착이 강한, 과거 혁명의 후손들에게 특권을 주는 나라다. 평민출신인 저자의 아내는 출신의 한계 때문에 사라져버린다.
중국의 상류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접대를 위해 프랑스 여행에 전용기를 빌리는 것은 물론이고, 카드판의 판돈이 한판에 10만 달러를 잃을 정도로 크고, 프랑스에서 하룻밤에 마신 와인값만 10만 달러 이상이다.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다.
중국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 저자의 애국심이 사라졌다. 노력하면 할수록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 늘어나 일이 잘못되는 경우 개인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는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의 진실을 알게된 이상 다시 어릴 때 품었던 애국심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개인의 회고록이다. 마오쩌둥이 죽고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중국이 엄청나게 발전하는 시기를 거쳐왔기 때문에 개인의 이야기지만 중국 현대사의 격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정보를 쥐고 있는 고위층과 이들과 꽌시를 갖고 있는 그룹이다. 부정부패가 왜 만연한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책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