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보물과 국보로 지정된 것은 물론 보물에는 들지 않지만 그에 못지 않는 회화를 골라 26개의 작품을 설명하는 책이다.

주로 조선시대 후기의 작품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림에 사용된 테크닉 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 화가 혹은 문인화가의 일생, 주문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을 여러 각도로 풀어낸다. 거기다 이 그림을 찾아내 구입하고, 복원하는데 금전을 아끼지 않았던 현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총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림을 4개의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상, 현실, 역사, 보물 아닌 보물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화가의 것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다. '이상향'을 상징하는 매화를 그린 유숙의 <홍백매팔폭병>, '현실'의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그리는 진경산수화의 대표인 정선의 <금강전도>, '역사기록'으로서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를 김득신, 이인문 등 도화원 화가들이 그린 <화성행행도병풍>과 '보물은 아니지만' 일본 신사에 모셔져있는 고려시대의 불화<수월관음도>가 내 마음을 흔든다.

조선시대 남종화에 대한 설명을 한 챕터로 앞에 배치하였다면 시대에 따른 회화의 흐름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다. 남종화는 북종화에 대비되는 산수화를 의미한다.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하였으며, 진경산수화와 서민의 삶을 묘사한 풍속화를 많이 볼 수 있다. 18세기의 화가로 윤두서, 정선, 심사정, 이인상에서 김홍도와 이인문을 거쳐 19세기 추사 김정희로 이어진다.

김홍도의 <병진년화첩>은 의외다. 늘 그림 속에 사람들이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그림만 보아오다가, 풍경화를 그린 김홍도는 낯설다. 성근 숲 사이로 떠오른 달을 그린 <소림명월>과 정선의 <금강전도>와는 달리 소박해보이는 <옥순봉>은 바라보는 지점이 낮아 더 현실적인 느낌이다. 정선의 <금강전도>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후대 화가들이 금강산을 그릴 때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의 제목대로 순간포착을 제대로 한 그림은 김득신의 <야묘도추>다.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쳐가는 장면, 장죽을 들고 쫓아가려다 마루에서 떨어지려는 남자와 그를 잡으려는 여자의 긴박한 순간이 포착되었다. 새끼를 뺏긴 어미닭이 한 켠에서 파닥거리고, 그 뒤에는 병아리들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고 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각각의 상황이 펼쳐져 있어 입가에 웃음이 떠오른다. 잠시 김홍도의 그림이 아닐까했다.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지만, 김득신도 김홍도, 신윤복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화가 중 하나다. 이러한 순간을 화폭에 옮긴 김득신은 유머러스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익살스럽고 사람과 동물의 표정이 살아있다.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책이다. 우리나라 회화에 관심이 있다면 저자의 풍부한 식견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소개된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인 간송미술문화재단,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대학박물관을 직접 찾아 감상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