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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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까? 교정이 필요없는 영어 글쓰기가?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다. 글을 쓸 때는 수도 없이 고치고 고쳐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쓰라고 배웠는데 말이다.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일 것 같아 선택했다.

저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교정하는 사람이다. 미국 랜덤하우스 출판사 부사장이자 편집관리국장과 교열국장을 겸하고 있다.

책은 통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 1에서는 문법을, 파트 2에서는 어휘를 설명한다. 문법 파트는 주어와 동사의 수일치와 같은 그야말로 토익 파트 5에 나올만한 영작문 문법은 물론 문장부호 제대로 쓰는 법들에 대해 설명한다. 어휘 파트는 cappuccino처럼 p와 c가 연달아 두 번 있다든가 espresso에는 x가 없다는 스펠링 체크부터 everyday(형용사)와 every day(부사)의 잘못된 혼용, 우리의 '역전앞'처럼 fall down대신 fall만 써야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문법 부분이 치밀하고 약간은 머리 아픈 이야기라면, 어휘부분은 가볍게 확인하며 읽을 수 있다.

교정을 하는 것이 단순 문법체크가 아니라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바로 잡는 것이라 사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교열자가 하는 일은 저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신이 저자였다면 문장을 어떻게 다듬고 바꾸고 썼을지를 짐작하면서 그 망할 문장을 657번째 읽으면서 다듬고 바꾸고 쓰는 일이라고(13)" 하소연한다. 글을 쓰기 보다 교열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맞는지 검색하고 확인하고 저자를 설득시키고, 만약 설득이 안되면 감정적인 싸움으로도 나아갈 수 있겠다.

틀린 것을 찾는 것은 흥미로운 게임과도 같다. 아래 그림을 보고 틀린 점을 찾아보자.



위의 그림은 달에 있는 명판이다. 기원전과 기원후의 표기가 힌트다. 기원전은 53 B.C. 처럼 연도가 먼저 오고, 기원후는 A.D. 1654처럼 연도가 뒤에 온다. 위의 명판은 A.D. JULY 1969로 고쳐야 맞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유머와 쾌활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얼핏 교열자는 묵묵히 고개도 들지 않고 책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일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일 것이지만, 저자는 빌 브라이슨 못지 않게 투덜대기도 하고, 신랄하게 비꼬았다가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다. 딱딱한 문법이야기를 하면서 웃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350여쪽에 담겨 있는 모든 교열과 관련된 영어 글쓰기 요령을 다 익히면, 정말 교정이 필요없는 글쓰기가 가능할까? 아이러니하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일에는 늘 실수가 있으니까. 그러나 알고 되도록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겠다. 헷갈릴 때는 옆에 이 책을 두고 찾아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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