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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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26세의 카뮈가 1939년 6월5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신문 <알제 레퓌블리캥>에 쓴 기사 11개를 모은 것이다. <이방인>(1942)과 <페스트>(1957)를 쓴 소설가로 익숙한 그가 젊은 시절 기자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알베르 카뮈(1913-1960)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제목의 '카빌리'는 알제리의 동쪽에 위치한 척박한 산악지역이다. 청년 기자 카뮈는 칼빌리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겠다고 간 그 곳에서 부조리를 느낀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처참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 곳에 머물며 칼빌리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분석과 해결안을 기사로 작성한다.

"핵심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고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시궁창, 낮은 임금, 병든 눈꺼풀과 치료받지 못하는 여인들이다. 숫자와 사건들 위에 피할 수 없는 처참한 현실이 있다. 그 처절함을 관통해야만 미래로 향할 수 있다."(90-91)

카뮈의 눈에 비친 식민지역의 상황은 인간적으로 비참하다. 인구밀도가 높은데 곡물생산이 부족해서 배급을 받고, 그마저 턱없이 부족해 엉겅퀴로 연명한다. 과거 밀 곡창지대였던 이 곳에서 밀농사는 짓지 못하고, 무화과와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다. 굶주림으로 쓰러지는 아이들,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에서 전염병이 돌면 돌봐줄 의사나 간호사도 없을 뿐더러 치료를 받는다해도 그 비용은 감당할 수조차 없다. 프랑스 정부의 지원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궁전같이 호화로운 학교를 짓고 제한된 수의 학생만 받는다. 이 가난한 식민국에 그 혜택을 받을 사람은 거의 없어보인다. 허울뿐인 교육지원이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안 중의 하나로 제시한 코뮌제도가 흥미롭다. 배급이나 자선 대신 카빌인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코뮌과 같은 주민자치제를 운영해나가도록 한다. 코뮌마다 공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직원의 수입이 생기면 가족의 굶주림이 해결되고, 나아가 교육과 주거환경 개선이 뒤따를 것이다. 코뮌의 독립성을 인정한다면, 카빌리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제국주의는 식민지를 착취하고 우민화시켜 말 잘 듣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가? 카뮈의 제안이 수용되었을지는 의문이다.

1939년 카뮈가 묘사한 식민지의 비참함이 현재의 개발도상국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프랑스가 그랬듯이, 선진국들의 제3세계국에 대한 경제적 침투가 오래 되었다. 현지인이 소비해야할 곡식을 심어야할 곳에 현지인이 소비할 수도 없는 값비싼 플랜트 사업 작물이 심어지고,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공장들이 돌아간다. 불평등과 열악한 상황이 악순환되고 있다. 카뮈의 해결안이 제3세계에도 적용될 수 있고 시행될 수 있을텐데, 다국적 기업들이 그들에게 양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휴머니즘을 외치는 카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그 한계 역시 본인도 느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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