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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삽니다 - 자신만의 직업을 만든 20인의 이야기
원부연 지음 / 두사람 / 2021년 8월
평점 :
첫번 째 직업은 보통 학교를 졸업하며 남들처럼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면서 나를 받아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두번째 회사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면? 이 책은 두번째 직업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사업으로 다져가고 있는 사람들 20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자신만의 직업과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직업명도 독특하다. 이름에서 짐작도 안되는 경제 공동체 '청년아로파'는 뭘하는 단체지?하는 의문이 들게하고, 조금은 거창하게 목공예 작가라고 붙일수도 있는데 그저 '여자목수'라고 소박하게 지은 이름도 있다. '여행감독'은 여행을 감독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거지?하는 의문의 직업도 있다.
"결국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평등한 경제수준을 유지하는 게 공동체의 가장 큰 골격인 것 같다."(75)
인터뷰이가 경제 공동체 '청년아로파'를 한 마디로 묘사한 말이다. '아로파'는 나눔과 협동을 하는 남태평양 부족의 이름이다. 이 모임은 30대 회사원 여덟 명으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창업하고자 하는 회원에게 공동체 자금을 지원하고, 수익이 생기면 1/n로 나눠 가진다. 초기 수익창출이 불가한 동안 회원들의 회비(월급의 10%)로 월급을 보장한다. 와인바 '십분의 일'을 시작으로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를 연 '아무렴, 제주'의 대표 인터뷰가 재미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공동체를 두면 든든할 것 같다.
아직 실행 전인 '여행감독'이라는 직업이 흥미롭다. 여행을 감독한다. 여행 판을 짜고 원하는 회원을 모집하고 함께 여행한다. 타깃은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로 하고, 장기여행을 목표로 한다. 가기 어려운 해외 지역을 정하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현지 여행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구독제로 운영될 것이라는데, 주기적으로 여행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겐 매력적이다. 인터뷰이가 미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인터뷰이들은 어느 정도 좋은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자신이 제2의 직업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계기가 있어서 생각을 바꾸게 되고, 행동하게 되고, 현재의 직업을 정하는 과정이 의외로 우연히 일어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현재의 일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앞으로 즐거운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일까를 늘 맘속 한구석에 두고 때를 기다린다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내 삶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진정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부터 고민해볼 일이다.
솔직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고 싶은 일이 밥벌이가 되어도 여전히 재미있을까?'하는 궁금함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기운이 느껴진다. 인터뷰 형식이라 질문과 대답이 직선적이고 간략하고 핵심적이다. 자유로운 나를 꿈꾼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