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옥 - 노비가 된 성삼문의 딸
전군표 지음 / 난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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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은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자신이 왕위에 오른다. 이렇게 왕위에 오른 세조는 1456년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신하들의 계획을 미리 알아 차리고 그들을 처단한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는 처형되거나 자결하였고, 그들의 친자식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였고, 여성들은 노비로 보내졌으며, 가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의 "난신 성삼문의 아내 차산과 딸 효옥은 운성부원군 박종우에게 노비로 주고..." 저자는 이 한줄에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미스터 선샤인의 애신과 같은 캐릭터인 효옥을 중심으로 자기를 지켜주는 바우와 첫눈에 반한 세조의 둘째 아들 황 사이에서 아버지의 죄를 벌로 받아야했던 여성의 이야기이다. 세 명의 등장인물 모두 노비제 혁파와 같은 개혁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황이 예종이 되어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시행되지 못한다.

정통을 잇기 위해 신하들이 목숨까지 바친 행위가 무슨 의미일까. 후대에 사육신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절개를 높이 사고 있지만 그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은? 자신의 혈족을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을 알면서도 정통을 강조해야했나? 왕위는 꼭 장자가 이어야만 정통인가? 정통이 아닌 임금을 섬기는 것은 신하된 도리가 아닌가? 세조는 조선 초기의 임금이지만, 중후기로 가면 꼭 정통이 성공하지만은 않았다. 문종이 죽으면서 신하들에게 어린 단종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뛰어넘는 신념이 사육신에게는 있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임금 앞에서 신하가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시대가 조선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살육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추상같은 세조 앞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사육신의 존재는 그런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시대보다는 평등하지 않았을까.

소설을 읽지만 역사 사실을 구체적으로 많이 알게 된다. 계유정란에서 예종의 14개월에 걸친 시기까지 시대의 분위기와 사회상을 배울 수 있다. 효옥이라는 씩씩한 여성을 앞에 내세워 당하기만 하지 않는 불굴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계급사회의 한계안에서이다.

단정하고 절제된 소설이다. 역사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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