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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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요절하였지만 후세에 영향을 미친 일본 근대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이다. 여섯 작가를 소개하는데, 히구치 이치요(1872-189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가지이 모토지로(1901-1932), 나카지마 아쓰시(1909-1942), 다자이 오사무(1909-1948),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이다. 이들은 병으로 죽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여섯 작가의 단편소설 두 편을 각각 먼저 소개하고, 번역자들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여섯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다. 유일한 여성 작가인 히구치 이치요의 여성적인 섬세함, 날카로운 관찰자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감각적인 표현의 가지이 모토지로, 이국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쓴 나카지마 아쓰시, 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다룬 다자이 오사무, 동화의 형식을 가져온 미야자와 겐지.

히구치 이치요는 여섯 작가 중 유일한 여성이다. 5천 엔 지폐에 실린 일본 최초의 여류 작가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24세에 요절했는데 '기적의 14개월'동안 대표 작품을 몰아 썼다고 한다. <섣달그믐>의 반전이 감동적이다. 부유하지만 인색한 주인 여자와, 아픈 외삼촌을 위해 돈이 필요한 가난한 하녀의 초조한 상황과, 망나니 같은 전처 아들의 이해심이 큰 울림을 준다.

내게 가장 일본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은 가지이 모토지로의 <레몬>이다. 어떠한 특별한 사건 하나없이 묘사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주인공은 절망과 어두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돌아 다니다가 레몬을 발견하고는 그 시원하고 산뜻한 모양과 향으로 생기를 찾는다. 서점에 들어가 책을 쌓아 올린 위에 레몬을 두고는 마치 폭탄을 설치한 악당처럼 도망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180도 바뀌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몇 권 읽지 않은 일본 소설이 이러한 작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가지이 모토지로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다양한 일본 근대 단편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책,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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