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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ㅣ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수전 손택(1933-2004)은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이며 예술 평론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저자의 전작인 <사진에 관하여>(1977년)에 이어진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진 속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느낀다면, 그 고통을 어떻게 느끼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저자는 전쟁의 참혹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며 현대인들은 멀리서 벌어지는 '타인의 고통'을 그저 스펙터클(특별히 준비되고 마련된 전시: 쇼)로 소비한다고 비판한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실제로 전쟁을 경험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물리적인 고통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간접적이지만 사진으로 부터 받는 이 즉각적인 고통의 느낌에서 그치지 말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과 사진 속 사람들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나아가 양심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라고 주장한다.
초기 전쟁사진은 연출된 것에서 시작되어 점차 현장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변화해왔다. 그러나 대중이 알아야할 범위를 어디까지 정해야하는지에 대해 갈등한다. 사진 속 끔찍하게 죽어가는 혹은 죽은 사람이 친인척일 수도 있으므로 각도를 조정하여 그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 경우 피사체는 대부분 서양인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재난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얼굴을 공개한다. 사진기자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반복되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런 고통이 이 세상의 미개한 곳과 뒤떨어진 곳, 즉 가난한 나라들에서만 빚어진다는 믿음을 조장하곤 한다. 사진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할 또 다른 이유이다.
이 책은 나에게는 낯선 전쟁들을 많이 언급한다. 스페인 내전, 유고슬라비아의 해체와 독립과정에서의 전쟁, 보스니아 내전,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9.11사태까지. 이러한 전쟁에 대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책을 읽게 되면 그 전쟁의 발생경위와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하게 된다. 다른 종교, 다른 이념, 다른 종족간의 갈등이 전쟁을 일으키고 그 희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다. 지나고 보면 어이없을 수도 있는 이유로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전쟁은 참혹한 사진들을 통해 반성하게하고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게 하는 것까지가 저자가 바라는 사진의 역할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