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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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보리가 보는 세상 이야기다.

누렁 진도개인 나는 수몰될 마을에서 태어났다. 주인 할머니의 집도 곧 수몰될 것이므로 나는 형제들과 엄마와 헤어져 주인 할머니의 둘째 아들 내외의 집으로 보내진다. 나는 새벽이면 선착장에서 주인님이 던지는 밧줄 고리를 물어 쇠말뚝에 걸고, 아침이면 큰 딸 영희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가다가 종종 뱀을 만나면 싸워서 아이들에게 길을 내주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수업도 구경하고 점심도 얻어 먹는다. 어느 날 학교에서 우연히 만났던 흰순이를 보러 가는 길에 험악한 악돌이와 싸움을 하고 상처가 깊어 돌아오고 만다. 그런데 주인님이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자, 영희네 식구는 떠나고, 할머니는 밭에 일군 배추만 팔리면 떠나려고 한다.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조상 대대로 밭을 일구며 살던 고향을 떠나야하는 사람들, 도저히 그 곳을 떠날 수 없기에 물에 몸을 던지는 노인, 떠나지 않겠다고 울고 불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사라질 마을에 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영희네 가족은 살던 곳을 버리고 어디로 갈까.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너지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야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인간의 운명이 비참해지면 개의 운명은 더더욱 비참해진다. 인간에게 종속적인 개들은 인간의 삶에 변화가 생기면 여기저기 팔려가거나 다른 집에 주어진다. 할머니 가족이 고향을 떠나게 되자 보리의 엄마는 개장수에게 팔려가고 형제들과도 헤어진다. 그나마 보리는 할머니 아들집으로 보내졌지만, 주인님이 죽자 가족이 도시로 떠나고 보리의 거처는 불분명해진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커다란 개를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보리를 버리고 가지 않을까. 쓰레기를 뒤지며 연명해야하는 보리의 앞날이 그려진다.

개와 인간이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께 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보리의 첫째 형은 엄마 배에서 나올 때 다리가 부러져서 젖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점차 병약해진다. 엄마는 큰 형을 잡아 먹는다. 할머니는 새끼를 잡아 먹는 매정한 애미라고 엄마를 매질하는데 보리는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보리는 주인님이 죽자 왜 죽은 사람을 땅 속에 묻는지 이해할 수 없어 주인님의 무덤을 파헤친다. 할머니가 나타나 지팡이로 모질게 때린다.

저자가 개를 얼마나 자세히 관찰을 했는지 흥미로운 묘사가 많다. 개가 편안히 걸을 때는 좌우 앞발과 뒷발이 교차하고, 힘껏 달릴 때는 두 앞발을 짚고 뒷발을 짚는다. 개들이 오줌을 누는 이유는 쥐들에게 겁을 주거나, 처음 가는 길은 돌아올 길을 위한 표시이고, 다른 개의 오줌 냄새로 덩치와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고 한다. 흥미롭다.

버려지는 개들이 많은 세상이다. 개의 관점으로 쓰여진 소설로 개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어떠한지. 끝까지 책임져 주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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