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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과 설득의 기술 - 바칼로레아를 통한 프랑스 논술 들여다보기
폴 데잘망.파트릭 토르 지음, 마니에르 옮김, 윤선영 감수 / 끄세쥬 / 2021년 5월
평점 :
바칼로레아는 프랑스 수능에 해당한다. 전부 논술식이어서 하루에 한 두과목씩 며칠을 두고 본다. 특히 철학문제는 시험이 끝나면 TV에서 토론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 학생들은 주어진 3개의 논제 중 하나를 택해 4시간 동안 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탄탄한 구조를 가지며, 학생만의 통찰력이 담긴 개성있는 답을 써내야 한다. 구체적인 논술방법이 궁금하다.
책은 6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대원칙, 2부 개요의 유형, 3부 실전에서의 주의사항, 4부 일반주제논술, 5부 문학논술, 6부 더 나아가기.
먼저 바칼로레아가 왜 논증적 글쓰기를 요구하는지 설명한다. 논증은 개인의 지적 표현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논증이란 개념있는 생각과 일관성있는 논리로 상대방을 수긍하게 만드는 기술인데, 단지 대입 시험을 위해서만 배워야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전 교육체제 속에 녹아 있다. 나아가 바칼로레아 논술, 그랑제꼴 입시논술, 대학교수자격시험, 공무원시험, 대학과제에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바칼로레아가 내용만큼 논증의 형식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기본형식은 서론, 본론, 결론이다. 서론은 논제가 제시한 문제의식을 명확하게 밝히는 부분이고, 본론은 논점들 간의 대조가 드러나고, 결론은 최종입장을 드러내고 나아가 새 관점을 제시하며 종합한다. 서론과 결론은 각각 전체 분량의 10~15%정도로 간략하게 쓴다.
본론은 전체 분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개요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자신의 주장이 잘 드러날 수 있다. 변증법적 개요, 삼단형,비교형, 목록형, 문제-원인-해결형 개요 등을 사용한다. 보통 문학논술에는 변증법적 개요보다 삼단형 개요가 어울리고, 사회문제관련 논제는 문제-원인-해결형 개요가 유용하다는 식으로 논제를 분석해서 어떠한 형식으로 구성할 것인가 고민한다. 그 구성을 2-4개의 단락으로 구성하고 하나의 단락은 몇 개의 문단으로 구성한다. 한 문단은 한가지의 논리를 담아야하고, 첫 문장에서 문단의 내용을 예고한다.
문학논술에 대해 놀라운 점은 프랑스 역대 작가들의 작품 중 하나를 어떤 주제에 관해 분석하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작가는 솔직할 수 있는가? 루소의 <고백록>에서 본인이 읽은 내용에 근거하여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나타내시오"와 같은 논제가 제시된다. 그러면 학생은 이 책을 '작가의 솔직함'에 대해 자기자신의 주장을 써야한다. 그리고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루소는 물론 다른 작가와 철학자들을 인용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은 평소 다양한 책을 깊이있게 읽는 연습을 해야하고, 주변을 관찰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길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바칼로레아가 궁금했던 사람들, 논술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 논술선생님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