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종말 - 정점에 다다른 세계 경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디트리히 볼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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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성장의 종말'이라고 하니 상당히 부정적이다. 성장이 멈춘 후 어떠한 해결책도 없는 듯하다. 원제인 'Fully Grown'은 완전히 성장해서 성숙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조금 더 나은 성장을 위한 해결책도 있다. 원제가 조금더 긍정적인 느낌이다.

저자는 휴스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며 성장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 성장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나라마다 다른 성장의 단계에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fully grown하여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 나라도 있고, 중국처럼 급속히 성장하다가 현재 둔화가 시작된 나라도 있다. 저자는 어느 나라나 가난한 시절에는 급속히 성장하다가 부유해지면 그 성장속도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가난한 시절에는 냉장고와 TV, 자동차와 같은 상품 소비에 열성이다가 어느 정도 부를 이루고 나면 의료서비스, 금융서비스, 교육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소비로 옮겨간다. 문제는 상품의 생산성이 서비스의 생산성보다 높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성장속도가 둔화되었다는 것은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증거이다.

참고로 미국의 1인당 GDP성장률은 1950-2000년에 연평균 2.25%지만, 2000-2006년에는 1%에 그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성장이 가속화되지 않았다. 한국의 1인당 GDP성장률은 1970년대 초 약 10-12%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21세기 연 2%정도를 기록해 현재 선진국의 것과 거의 비슷하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었다고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전진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성장률이 하락했다고 생활수준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했고, 성장의 속도가 예전만큼 빠르지 않을 뿐이다.

간혹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율이 예전만 못함을 비판하는 글을 읽는다. 이미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그 만큼의 성장을 매년 이루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야하나? 저자는 중국의 성장률이 높은 것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미국의 생활수준을 따라잡기위해 노력하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성장둔화는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원하는 답을 얻었다.

저자가 성장둔화 요인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출산률 하락과 인구 고령화의 영향을 꼽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민을 적극 권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노령화되어 빈 일자리를 이민자들로 채우면 성장률 둔화를 상쇄할 것이다.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교육 종류도 중요하다. 최근 미국 이민자들이 교육정도는 미국 인구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고, 평균기술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경제 성장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이 매력적인 책이다. 생산성 증가율의 원인들이 진정 제대로 측정되었는가? 그 방법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야만 기술이라고 한다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자율주행찬, 유전자 편집, 바이오 연료와 같은 신기술은 생산성향상을 가져오지 않으므로 기술에 포함시킬 수 없을 것인가? 아마도 이러한 기술을 반영하지 않은 생산성 증가율은 잘못되었고 생각보다 둔화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외워서 상식을 넓혀 나가는 수준의 독자인 내게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어려운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비유를 들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기 쉬운 그래프와 도표를 제공하고 있어서 설득력있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거대한 경제 성장에 관한 이론을 다루고 있어 쉽지 않다.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과 이해가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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