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처음부터 결론을 보여 주며 시작한다. 앞으로 설명할 내용이 이 한 장에 다 들어 있고, 다 읽고 나서도 이 한 장만 어딘가 붙여두고 계속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좋은 발상이다.
전하고자 하는 말을 아홉 가지의 그림 중 하나로 도식화한다. 그러려면, 뭐랑 뭐가 핵심인지를 아는 것, 그것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일으킬 변화를 아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늘 봐왔던 도식이므로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에 어려움은 없지만, 긴 이야기를 추려 도식화하는 과정은 생각을 이리저리 해야하므로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9개의 도식 중 마지막 칸의 key image는 뇌리에 한 방을 남기는 것인데,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맥북 에어를 서류봉투에서 꺼내는 제스처가 뇌리에 박히는 한 방이라고 했다. 나아가 포스터같은 것들도 이에 해당할 것 같다. 그림만 보고도 바로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식화는 기획안을 올리거나, 바이어에게 제안을 할 때, 보고서를 올릴 때는 물론이고,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할 때, 글을 쓰기 위해 아웃라인을 잡을 때, 심지어는 복잡한 길을 알려줄 때도 활용하면 좋을 방식이다. 도식화를 하다보면 핵심이 부각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상대가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는 장점이 있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굉장히 창의적이고 신선한 책이다. 아홉 가지 도식을 내 것으로 체화할 때까지는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지만 가치있는 작업일 것같다. 문득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