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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ㅣ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책 표지 그림은 글 쓰는 데 몰입해 있는 톨스토이의 강렬한 모습이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의 사상가이자 문호이다. 1852년 <유년시절>로 작가에 데뷔한 후 1869년 <전쟁과 평화>, 1877년 <안나 카레니나>, 1899년 <부활>을 발표하며 명망을 쌓는다. 종교와 인생, 육체와 정신, 죽음에 대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1881년부터 1886년에 쓰여진 동화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훈을 담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한다. 톨스토이의 비폭력 사상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마하트마 간디라고 하는데 톨스토이가 죽기 1년전부터 두 사람이 서신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 단편선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두 노인',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촛불', '대자', '바보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 '노동과 죽음과 질병', '세 가지 질문'이다.
다른 동화들처럼 10개의 단편들 역시 교훈을 담고 있는데 상당히 기독교적이다. 하나님을 공경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며, 사랑하며 살아야하고, 복수는 서로를 파멸로 이르게 하며, 탐욕을 부리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교훈이 이야기 흐름을 통해 자연스럽게 파악되기도 하지만 말미에 가서 정리를 해주는 배려도 있다. 독자가 톨스토이의 의도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교훈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짧은데도 스토리 전개가 흥미롭고 반전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를 다시 읽었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바보이반>을 읽으며 <유토피아> 내용과 겹치는 부분을 만나 반갑다. 바보들만 사는 이반왕국에 이반의 형들을 파멸시킨 늙은 마귀가 신사로 나타나 금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기한 물건이라 하나둘 금을 사보지만, 필요 이상으로 흔해지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유토피아와 바보이반왕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금이란 그저 일상용품이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두 나라 모두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한다는 설정도 동일하다. 시대는 다르지만 두 고전이 묘사하는 이상국의 모습이 동일해서 흥미롭다.
기독교적인 색채가 워낙 강하지만, 톨스토이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반전과 호기심은 계속 글을 읽게 하는 동력이고, 결말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긴 여운을 남긴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게하고 치유되는 느낌이다. 글이 워낙 쉽게 쓰여 있어서 초등학생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