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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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을 할 때 일행 중 한 사람의 질문이 모두 비즈니스 관점이었다. "한국에서 이 나라에 갖다 팔면 좋을 상품이 뭐가 있느냐', 반대로 "여기 제품 중 우리나라에 갖다 팔면 잘 팔릴 게 뭐가 있느냐"라고 말이다. 그러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해했던 가이드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행의 시각을 어느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하면 어떨까? 남들이 흔히 보는 것은 그것대로 경험하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얹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기획자로서 여행하는 법을 설명한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기획자의 여행법, 2장 기획자의 습관, 3장 기획자의 시선, 4장 기획자의 태도이다. 앞의 세 장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반면, 마지막 장에서는 기획자로서 기획안을 작성하고 제안하는 과정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기획자이다. 서비스 앱이나 제품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구체화한 것을 출시한 후 소비자가 만족스럽게 사용할 만한 것을 만드는 업무 중에서 가장 첫 단계의 일을 하고 있다. 첫 단계인 이 기획업무는 마지막 단계인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바둑으로 보면 첫 수를 두지만 마지막 수를 보며 두는 선수와 같다. 이러한 업무를 오래하였기에 여행도 기획자와 같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획자로서 여행을 갈 때는 어떻게 할까? 여행의 프레임과 키워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프레임과 키워드는 여행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구체적이어야한다. 이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나 궁금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정하고, 여행을 그 곳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스페인 여행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택시, 킥보드, 우버 등을 이용하면서 모은 정보를 정리하였고, 전주 한옥마을은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여행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여행의 주제를 짜지 않으면 다른 매혹적인 것에 휘둘릴 수 있으므로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아웃라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외국여행 팁으로 서바이벌 문장이나 단어 몇 개를 미리 익혀놓고 가기를 권하는데 매우 유익해 보인다. 이를테면, 스페인에서는 "소금 빼주세요"를 외워가면, 한국보다 엄청 짠 음식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유럽의 음식들이 대부분 짠 것을 경험한 나로서도 백분 이해가 간다.

저자는 이미 라오스와 스페인 여행 안내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행 자료정리법을 알려준다. 링 바인더를 이용해 미리 적어 놓은 여행 주제와 질문들에 따라 정보를 기입하고, 사진은 매일매일 필요 없는 것은 삭제하고 정리해서 비어있는 정보를 발견하면, 다음날 일정에 추가하면 된다. 현지의 소리와 순간의 상황을 녹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유럽의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그 곳에서 느꼈던 색다른 감정을 소개하는데, 북유럽 덴마크의 크리스티아나에 대한 경험이 인상적이다. 크리스티아나는 이름처럼 예쁜 마을은 아닌 듯하다. 덴마크의 여늬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의 마을로 길거리 좌판에서 마약을 팔고, 벽에 낙서가 빼곡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동네다. 그러나 저자는 그 안에서 멋대로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틀에 박혀 남을 의식하며 사는 자신의 삶을 되돌이켜 보는데 이러한 것이 여행에서 갑자기 얻어지는 깨달음이 아닐까한다. 익숙한 곳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그런 깨달음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한 기획자의 여행법 프로세스를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한 곳을 예로 들어 그 여행의 프레임을 어떻게 짰고, 실제로 현지에서 어떤 사진과 자료를 모았으며, 매일 어떻게 정리하고, 귀국 후 업무에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한 챕터에 예시로 보여 주었다면 기획자의 여행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기획자의 여행법에 호감이 있는 사람이 그 방법을 따라해 보기에는 사진이나 순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기회가 와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디 가지?'라는 물음에 촤악하고 펼칠 수 있는 키워드 별 리스트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평소 열심히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두고 다이어리에 메모해 두었다가, '어디'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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